시공 자체가 위대한 도전 된 카타르의 ‘사막 장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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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비상하는 한국건설]<5·끝>현대건설

내년 3월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카타르 국립박물관 전경. 프랑스의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사막 장미(Sand Rose)’ 를 모티브로 설계했고,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사막 장미(작은 사진)는 사막에서 모래들이 오랜 기간 뜨거운 태양열과 지열에 노출되면서 뭉쳐진 울퉁불퉁한 덩어리로, 장미 모양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현대건설 제공
해안가를 따라 마천루들이 밀집해 있는 카타르 수도 도하의 중심지 코니시 로드. 이곳의 남쪽 끝에는 모래색의 디스크(원반)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다. 우주에서 날아온 비행접시들이 사막에 불시착해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킨다. 내년 3월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카타르 국립박물관(NMoQ·National Museum of Qatar)이다.

이 건물의 디자인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사막 장미(Sand Rose)’를 모티브로 설계했다. 사막장미는 사막에서 모래들이 오랜 기간 뜨거운 태양열과 지열에 노출되면서 뭉쳐진 울퉁불퉁한 덩어리로, 장미 모양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직 정식으로 문을 열지 않았지만 이 건물은 ‘카타리(Qatari·카타르인)’들 사이에선 이미 국가 상징물로 통한다. 국적 항공사인 카타르항공의 기내 홍보영상을 비롯해 ‘2022 월드컵’과 각종 관광 자료에도 카타르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소개되고 있다. 이 건물의 시공을 한국의 국가대표 건설사 현대건설이 맡고 있다.

○ 곡선으로 채워진 비정형 건물

17일 오후 4시(현지 시간) 찾아간 NMoQ 현장.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4만6596m² 규모의 박물관을 짓는 곳이지만 일반적인 건축물 현장과는 많이 달랐다. 무엇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모든 게 곡선으로 이어진 기하학적 형태의 건물 모습이었다. 316개에 이르는 대형 디스크들이 뒤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 디스크들은 총 7만6000여 장의 섬유보강콘크리트(FRC·Fiber Reinforced Concrete) 패널들을 일일이 붙여서 만들었다. FRC 판들에는 서로 연결되는 무늬와 색깔이 있어 마구잡이로 붙일 수도 없게 돼 있다. 설계 때부터 ‘시공 자체가 위대한 도전’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실제로 공사가 한창일 때 현장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와 근로자들은 “거대하고 복잡한 퍼즐 맞추기 작업 같다”며 공사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상복 현장소장은 “처음 설계도를 받았을 땐 ‘실제 구현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와 두려움이 컸다”며 웃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건설은 디자인 전문가를 대거 투입했다. 이 소장은 “한창 공사가 진행될 때는 100여 명의 본사 엔지니어가 투입됐는데 이 중 50명 정도가 디자인 관련 업무를 담당했을 만큼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비정형 건축물을 짓는 프로젝트인 만큼 첨단 공법도 대거 도입됐다. 최첨단 3차원(3D) 빌딩정보시스템(BIM)을 활용해 공사의 전 공정을 관리해 나갔다. 3D BIM을 이용하면 가상의 공사 환경에서 설계 도면의 오류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고, 실제 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예방할 수 있다. 시공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공사 착수 전 실제 건축물의 30%가량을 사전건축물(Mock-Up)로 제작한 뒤 각종 품질 검사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 소장은 “이런 과정에서 일반적인 모양의 건축물을 짓는 것보다 4, 5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 개성 넘치는 건축물로 승부수를 띄운다


카타르는 자국의 주요 인프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크기’ ‘숫자’ 같은 하드웨어적 요소보다 ‘디자인’ ‘개성’ 같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조한다. 국토 면적이 한국의 경기도만 하고 인구도 약 260만 명(자국민은 약 32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쟁력만 키워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침은 주요 공공기관의 건물 공사 계획에 반영됐다. 국제 교육·연구특구인 ‘에듀케이션시티’에 진출한 미국과 유럽 대학들, ‘이슬람예술박물관(MIA)’, 싱크탱크인 ‘아랍조사정책연구원(ACRPS)’ 건물은 모두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화제가 됐다. 현대건설이 전체 4개 건물 중 3개의 시공을 맡았던 현지 최대 국립병원 ‘하마드 메디컬시티’(2016년 완공)도 최첨단의 느낌을 살린 외관과 호텔을 연상케 하는 내부 인테리어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카타르 공보부 관계자는 “주요 인프라 건설에서 고급스럽고 독특한 디자인 못지않게 카타르 고유의 전통미와 현대적인 느낌을 적절히 융합시키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분위기를 집대성한 게 NMoQ이다. 그만큼 카타르 정부는 NMoQ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의 여동생이자 세계 미술 시장의 ‘큰손’으로 꼽히는 셰이카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알 사니가 카타르 박물관청을 이끌며 건설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왕실 구성원인 셰이카 암나 빈트 압둘아지즈 알 사니가 NMoQ의 관장을 맡고 있다. 공사가 끝나기 전 타밈 국왕과 하마드 빈 칼리파 알 사니 전 국왕(타밈 국왕의 아버지로 2013년 왕위를 물려줌)이 현장을 찾았을 정도다. 당초 2011년 9월∼2014년 6월로 예정돼 있던 공사 기간이 2011년 9월부터 내년 3월까지로 대폭 늦춰진 것도 카타르 측의 계속된 설계 수정 보완 요구 때문이다.

○ 한국 건설업체들의 위상 높아질 것

NMoQ는 건물 모양 못지않게 전시관 구성도 특이하다. 단순히 역사적 유물을 전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12개의 테마로 이뤄진 갤러리에서 카타르의 자연, 원유와 천연가스, 어업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 NMoQ가 1913∼1949년 카타르를 다스린 셰이크 압둘라 빈 자심 알 사니의 궁궐을 둘러싼 형태로 조성된 것도 특징이다. 전통과 첨단, 과거와 현대가 만나는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NMoQ가 완공되면 한국 건설사들은 큰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카타르 건설 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냈지만, 국가 상징 건물을 한국 기업이 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예정된 각종 공사 입찰에서 이 공사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락곤 KOTRA 도하무역관장은 “카타르는 월드컵 개최와 국가비전 2030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도 사회 기반시설, 대규모 상업시설, 도심 재개발, 의료·교육 인프라 등과 관련한 프로젝트들을 대거 진행할 예정”이라며 “국내 건설업체들이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하=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현대건설#카타르#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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