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또 다시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보험사들이 출자해 만든 비영리 사단법인인 보험연수원 원장 자리에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희수 신임 원장이 취임할 예정이었으나, 취업심사 관련 문제가 불거지며 취임식을 연기했다.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유관기관장을 꿰차던 관행이 이제 정치권 낙하산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연수원은 전날 열기로 했던 정희수 신임 원장의 취임식을 연기했다. 정희수 원장 내정자는 17대~19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을 역임했다. 19대 국회에선 기획재정위원장까지 지낸 중진의원이다. 경북 영천이 지역구인 그는 지난 대선 때 당적을 옮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통합정부자문위원단 부단장을 맡았다.
그간 보험연수원장은 금감원 임원 출신 인사가 맡아왔다. 국회의원 출신은 정 원장이 처음이다. 보험 전문가도 아닌 데다, 3선 의원이나 지낸 그가 전례에 비춰볼 때 급에 맞지 않는 자리에 오자 ‘보은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됐다. 낙하산 논란 속에서도 취임을 하려 했으나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받지 않았다는 문제가 불거지며 발목이 잡혔다.
국회의원 출신도 재취업을 하려면 취업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정 원장과 보험연수원 모두 해당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보험연수원 측은 “취업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 일단 취임식을 연기했다”며 “취업심사 승인이 나면 취임식 일정을 잡고 취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연수원은 전임 원장이 지난 6월 물러난 후 반년동안 원장 공백 상황이다. 조속한 원장 임명을 통해 조직을 안정시켜야 하는 시점에, 무리하게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선임하려다 탈이 났다는 뒷말이 금융·정치권에서 나온다. 보험사 직원·설계사 교육을 담당하는 보험연수원은 직원이 40명인 작은 기관이지만 원장은 3년 임기 동안 2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화재보험협회도 이사장 인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16대 지대섭 이사장 후임으로 차기 이사장 후보를 뽑는 중인데, 최근 면접을 본 김병헌 전 KB손해보험 사장, 이윤배 전 NH농협손해보험 사장, 노문근 전 KB손해보험 부사장 등 3명이 모두 탈락하고 재공모에 들어갔다.
화재보험협회는 2009년에 고영선 전 대한생명 사장을 36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 출신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이후 이기영 LIG손해보험 전 사장, 지대섭 전 삼성화재 사장 등 민간 출신 인사가 계속 이사장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민간 출신 후보자를 모두 탈락시키고 재공모를 하자, 정치권 출신 인사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화보협회는 내년 1월4일까지 다시 후보자를 공모한다. 지대섭 이사장 임기가 이달 말 끝나지만, 차기 이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업무를 수행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협회나 유관기관 장을 정부 고위급이나 정치권 출신 인사가 맡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예전엔 금융당국에서 암묵적으로 특정 인사를 내려보냈는데, 이제 당국이 관망 기조다 보니 정치권 낙하산 논란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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