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1∼6월) 4대 금융그룹 및 은행이 일제히 순이익 ‘1조 클럽’을 달성하며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 잔치를 벌였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은행들의 이자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다 보험, 카드사 등 비(非)은행 계열사들의 실적도 좋아진 덕분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기에 은행들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많이 올려 ‘이자 장사’로 손쉽게 돈을 번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 4대 금융사 일제히 1조 원대 순이익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은행, 하나금융지주 등 4개 금융그룹 및 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총 6조3200억 원으로 집계됐다.
KB금융이 상반기 가장 많은 1조915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려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한 1조7956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9년 만에 리딩뱅크 타이틀을 탈환한 KB금융이 이번에 신한금융과의 격차를 벌리며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3위 싸움도 치열해졌다. 우리은행이 상반기 기준으로 11년 만에 최대 규모인 1조3059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하나금융(1조3038억 원)을 근소한 차로 제치고 ‘깜짝 3위’로 올라섰다. 중소기업 대출이 늘었고 우리카드 등 자회사들도 양호한 실적을 낸 덕분이다.
하나금융은 4위로 내려앉았지만 2005년 금융지주 설립 후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다. 또 4대 금융그룹 가운데 순이익 증가 폭이 26.5%로 가장 높았다.
앞으로도 실적 고공 행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해 처음 3조 원대 순이익을 낸 KB금융은 올해도 3조 원 돌파가 유력하다. 신한금융도 상반기에 다소 주춤했지만 지난해 신한카드의 대손충당금 환입액이 반영된 효과를 제외하면 상반기 순이익은 11%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 ‘이자 장사’ 비판 여전
이 같은 실적 잔치는 금융 당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이 꾸준히 늘어난 데다 금리 상승기가 시작되면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 발생하는 ‘이자이익’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4대 금융그룹 및 은행의 이자이익은 총 14조26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약 12조7000억 원)보다 10.4% 늘었다. KB금융(10.8%), 신한금융(10.5%), 하나금융(12.2%)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예대 마진을 나타내는 예대금리 차이(잔액 기준)는 4월 2.35%포인트로 4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자이익이 늘면서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개선되고 있다. 신한금융 NIM은 2.11%로 지난해 말보다 0.05%포인트 뛰었고 KB금융(2.00%)도 0.02%포인트 올랐다.
이를 두고 은행들이 시장금리가 오를 때 대출금리는 즉각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찔끔 올리며 이자 수익을 내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올려 받은 사례가 잇달아 적발돼 비판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또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이 금융권 실적 호황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금융사들은 사상 최대 성적을 내고도 노심초사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자산관리 수수료 같은 새로운 수익원을 확대하고 있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 이자이익 외의 수익 비중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근 경기 흐름이 안 좋아 금융회사들이 리스크 방지 차원에서 이익을 쌓아둘 필요가 있다”며 “다만 예대마진 의존도가 높아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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