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채권단 “인력 40% 이상 줄여야”, 노조 “넉달만에 또 감축안 내라니” 격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조선업 구조조정]‘한달 내 자구안’ 난항 예고
현재 1400명… 40%는 무급 순환휴직

채권단으로부터 한 달 내에 노사가 합의한 자구계획안을 내라는 요청을 받은 STX조선해양은 난감한 표정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비용 절감을 위한 자구안을 실천하고 있는데 추가로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노조가 반발하고 있어 한 달 안에 자구안을 제출하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컨설팅에서는 인력 40% 감축을 제안했는데 우리는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TX조선 관계자는 “아직 채권단으로부터 컨설팅 결과와 추가 비용 감축 규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달받지 못한 상태다. 어쨌든 비용을 더 줄이라는 채권단 요구에 노조는 매우 격앙돼 있다”고 말했다.

STX조선 노조는 지난해에도 자구안에 합의했는데, 어떻게 또 감축안을 내냐며 반발하고 있다. STX조선 노조가 소속돼 있는 전극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금융 논리로 조선산업을 재단하며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결정”이라며 투쟁 방침을 밝혔다.

현재 STX조선 인력은 직영 기준으로 약 1400명이다. 2013년 3600여 명이던 인원이 자율협약과 법정관리 등을 거치며 줄어들었다. 현재 인원에서 40% 이상 줄인다고 하면 1000명 미만만 남을 수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STX조선은 5년 동안 고정비용을 30% 줄이는 자구계획안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70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현재 전체 인원의 40%에서 많게는 50%까지 무급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인력의 40% 이상이 순환휴직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불필요한 인력이 많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인력을 급격하게 줄이면 수주가 늘어났을 때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회사의 주장이다. ·

어떤 형태로 사태가 전개되든 핵심은 경쟁력 회복 가능성이다. STX조선이 혹독한 시험대에 오른 것은 조선업계 불황뿐만 아니라 자체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STX조선은 10만 t 내외의 중형 유조선 등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문제는 STX조선의 기술력이 저가 공세를 벌이는 중국 조선업체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업체는 기술력에서 중국 업체와 차별화가 가능하지만 STX조선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업 경기가 나아져도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가격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결국 STX조선이 비용을 더 줄일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조선업#stx#채권단#인력#노조#감축안#격앙#자구안#난항#무급#순환휴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