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올 58兆 투자… 작년보다 43%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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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경제]3분기 누적 투자 금액 분석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호황에 힘입어 올해 국내 30대 그룹의 투자액이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7∼9월)까지 누적된 투자 금액만 58조 원에 육박했다.

1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261개의 자산투자 명세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투자액은 57조8003억 원으로 지난해(40조5205억 원)보다 42.6% 늘었다. 특히 세계 반도체 1위로 올라선 삼성전자가 속한 삼성그룹은 20조2987억 원을 투자해 30대 그룹 중 유일하게 투자금액이 20조 원을 넘겼다. 전체 30대 그룹 투자액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SK하이닉스가 속한 SK그룹이 10조1513억 원으로 2위에 올랐고 이어 LG디스플레이가 속한 LG그룹(7조7086억 원), 현대자동차그룹(5조1895억 원), KT(2조1780억 원) 순이었다.

삼성의 올해 투자 증가액은 11조693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투자 증가액보다 35.9% 늘었다. 이어 SK(2조6028억 원, 34.5%)와 LG(2조3239억 원, 43.2%)가 2조 원 이상 투자를 늘려 2, 3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 투자 증가액이 1조 원을 넘긴 그룹은 세 곳뿐이었다.

반면 현대자동차(―7349억 원, ―12.4%), 두산(―2343억 원, ―45.4%), 포스코(―1031억 원, ―6.8%), 대우건설(―965억 원, ―86.7%) 등은 투자를 줄였다. CEO스코어 측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호황에 힘입어 정보기술(IT)·전기전자 투자가 급증한 반면, 철강·조선·건설 등 중후장대 업종 투자는 줄어 업종 간 편차가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시설투자가 크게 늘어난 데에 힘입어 올해 글로벌 전체 반도체 시설투자액이 100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업계 시설투자 예상액수를 연초 내놨던 전망치 723억 달러보다 25.6% 상향 조정한 908억 달러로 추산했다.

IC인사이츠는 지난해 113억 달러를 투자했던 삼성전자가 올해 26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전체 투자액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인텔과 대만 TSMC의 투자액을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빌 매클린 IC인사이츠 대표는 “지난 37년 동안 반도체 시장 동향을 조사해 오면서 이런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본 적이 없다”며 “업계 초유의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의 ‘투자 독주’가 장기적으로는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도시바, 인텔 등도 3차원(3D) 낸드플래시 설비투자 경쟁에 진입하면서 과잉 설비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메모리 업계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들을 견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강자가 주도하는 시장 구도를 유지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30대그룹#투자#반도체#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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