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日 렌터카 업계 뒤흔든 반값 업체의 ‘자투리 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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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니코 렌터카의 가격 혁신

일본의 ‘니코니코 렌터카’는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한다. 2525엔(약 2만5500원)이면 소형차를 12시간 동안 빌릴 수 있다. 카셰어링 업체의 반값도 안 된다. 파격적인 가격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2008년 창업한 신생 기업인 이 회사는 현재까지도 매해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기준 영업소는 1400개로 업계 1위 도요타 렌터카(1200개)보다 많다.

사실 렌터카 사업은 부지, 차량, 정비시설, 인력 등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장치산업이다. 관련 비즈니스를 갖고 있는 모기업과 시너지가 있을 때 가격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니코니코 렌터카는 모기업의 지원 없이도 가격을 혁신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니코니코 렌터카는 어떻게 ‘반값 렌터카’란 혁신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답은 자투리땅에 있다. 니코니코 렌터카는 렌터카 사업을 할 부지를 직접 매입하지 않고 이미 땅을 가지고 있는 업자들을 가맹점주로 모집한다. 이때 부지는 가맹점주들이 본업을 하면서 남는 자투리 공간들이다. 주유소 사업, 중고차 판매업, 카센터 등 자동차 관련 업종은 물론이고 서점, 대형마트, 비디오 대여점까지 다양하다. 큰 투자비용 없이 보유 자원을 활용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고 본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에 가맹 신청이 줄을 잇는다.

저렴한 차 위주로 사들인 것도 비용을 크게 낮췄다. 니코니코 렌터카는 중고차 중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연식 5년 이상의 비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매입한다. 여기에 각 영업소의 수요를 모아 본사가 대량 구매하기 때문에 매입가는 더 내려간다. 한 대당 평균 20만 엔(약 202만 원) 수준이다.

니코니코 렌터카는 운영 인력도 직접 배치하지 않고 가맹점주의 기존 인력을 활용한다. 카운터 직원이어도 되고, 자동차 수리공이어도 된다. 약간의 교육만 거치면 충분히 고객을 응대할 수 있다. 그 대신 사고 처리, 교통 위반, 정산 같은 각종 이슈 등 렌터카 사업에 필요한 서비스는 본사에서 지원해준다.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해 실시간 처리가 가능하다. 마케팅이나 이벤트 등 모객도 본사가 전담한다. 소규모 영업소가 손쉽게 렌터카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는 이유다.

니코니코 렌터카는 ‘시간’의 자투리도 활용해 비즈니스를 확장했다. 니코니코 렌터카의 심야 패키지는 야근하는 이들을 위해 더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을 뿐만 아니라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통 크게 빌려준다. 렌터카 업체 입장에서는 심야에 놀리는 차를 빌려줘 이득이고, 고객 입장에서도 택시비보다 렌터카 비용이 훨씬 저렴해 이익이다.

‘방치된 시간’을 활용한 사례는 다른 사업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조조 영화가 시작되기 전인 아침 시간대를 활용한 영화관이 한 예다. 도호시네마에서는 아침에 강좌나 명사 인터뷰 등 교육 영상을 상영해 자기계발을 하는 이들을 공략한다. 점심, 저녁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멈춰 있는 식당 주방의 시간도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의 단체 도시락 업체 ‘스타페스티벌’은 일반 음식점과 제휴해 주방의 ‘쉬는 시간’을 활용한다. 음식점에서는 도시락을 만들고, 스타페스티벌은 주문부터 배달까지 요리 이외의 모든 프로세스를 담당한다. 덕분에 제휴 음식점의 주방 활용률이 평균 60% 이상 늘었다. 없는 셈 치던 공간과 시간을 채울 수 있다면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동진 트래블코드 대표 dongjin.lee@travelcode.co.kr

정리=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렌터카#니코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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