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委, 대기업 채용계획 제출 요구… 재계 “정부기관이 실태조사 압박감 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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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부에선 전경련이 조사 맡아
일자리委 “모범기업 선정 절차” 해명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등 국내 30대 그룹과 그 외 주요 기업에 올해 하반기(7∼12월) 채용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현 정부가 채용 계획 조사를 빌미로 고용 압박을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일자리위원회는 최근 각 기업에 지난해와 올해 채용 실적 및 계획을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1∼6월) 대졸 고졸 경력 등을 포함한 전체 채용 실적과 올 하반기 채용 계획을 제출하라는 내용이다. 지난해 대비 올해 일자리를 얼마나 늘릴 계획인지도 답변하도록 돼 있다.

과거 정부에서는 주요 기업의 채용 계획 조사를 정부가 아니라 민간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도했다. 취합한 내용을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기관과 공유하면서 지원 정책이나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민간기업이 정부로부터 고용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올 7월 대한상공회의소는 대기업그룹 간담회에서 “일자리 창출은 회사별 형편에 맞게 자율적이고 자발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겠다. 과거처럼 경제단체가 각 그룹의 고용 계획을 취합해 경쟁적이고 일률적으로 (정부에) 전달하는 방식은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재계의 목소리다.

한 기업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채용 실적뿐 아니라 계획까지 포함하고 있어 과거 방식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제단체가 조사할 때도 기업이 정부의 의중에 따라 알아서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부담을 많이 느꼈는데, 정부 기관이 직접 실태 조사를 하면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자리위 측은 이번 조사가 고용 압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용노동부가 매년 시행하는 고용실태 조사와 유사한 단순한 실태 조사라고 해명했다. 연말에 일자리 창출 모범 기업을 선정하기 위해 기업에 정보를 요청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일자리위 관계자는 “기업들에 의무 제출이 아니라고 분명히 얘기했다. 그래서 회신 안 한 회사도 있다”며 “기업이 제출한 채용 실적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공개하더라도 사전 동의를 받은 뒤 모범 사례를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yong@donga.com·이건혁 기자
#일자리위#대기업#채용#재계#정부기관#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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