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손 “5G, 준비 없으면 죽는다”… 이동통신기술 대전환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03시 00분


美 샌프란시스코 MWC 현장 가보니

12~1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아메리카’에서는 5세대(5G) 통신기술이 단연 화두였다. 일본 소프트뱅크 부스(오른쪽)에서는 감정로봇인 페퍼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김유영 기자 abc@donga.com
12~1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아메리카’에서는 5세대(5G) 통신기술이 단연 화두였다. 일본 소프트뱅크 부스(오른쪽)에서는 감정로봇인 페퍼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김유영 기자 abc@donga.com
“5G(5세대) 통신이 오고 있다. 준비하느냐, 죽느냐(5G is coming, Ready or not).”

1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북미 통신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아메리카’ 전시장. 글로벌 통신업체인 에릭손 부스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셰익스피어 희곡인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 대사를 패러디한 것으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을 표현했다.

5G는 8분 걸리던 초고화질 영화 한 편(18GB) 내려받기를 8초 만에 끝낼 수 있는 초고속 서비스가 가능한 차세대 통신 기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초저지연), 한꺼번에 많은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에릭손은 이날 부스에서 5G를 활용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기술 등을 시연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12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테크 엘리먼트(The Tech Element·기술의 요소)’라는 주제로 열린 MWC 아메리카에는 글로벌 이동통신사와 통신장비업체, 정보기술(IT) 업체 등 1000여 곳이 참여했고 2만1000여 명이 참관했다.

이번 전시회의 화두는 단연 5G였다. 글로벌 이동통신사 경영진들은 기조연설 등을 통해 5G의 중요성을 하나같이 강조했다. 버라이즌의 무선 부문 대표인 로넌 던은 “과거 인쇄기나 증기기관차, 전기의 발명이 전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었듯이 이제는 5G가 바로 그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5G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전 세계적으로 22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라지브 수리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헬스 에너지 교통 통신 제조 등 5개 부문에서 산업의 황금기(golden age)로 접어들어 산업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AT&T의 비즈니스 부문 대표인 새디어스 아로요는 “현재 거론되는 무인자동차, 스마트시티, 빅데이터 사업 등은 5G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뒤 돌아보면 빙산의 일각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2025년까지 북미 통신망의 절반이 5G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5G를 기반으로 한 미래를 한발 앞서서 보여준 곳은 일본의 소프트뱅크였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3위의 이통사인 동시에 미국 4위 이통사인 스프린트의 최대 주주. 이날 ‘더 많은 것을 연결한다(Connecting More Things)’를 기치로 자회사와 투자사들의 부스들을 한데 모아 차세대 기술 혁명을 이끌기 위한 사업 전략을 보여줬다.

12~1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아메리카’에서는 5세대(5G) 통신기술이 단연 화두였다. 글로벌 이동통신회사인 에릭손 부스(왼쪽)에서 관람객이 5G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현실(VR) 체험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김유영 기자 abc@donga.com
12~1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아메리카’에서는 5세대(5G) 통신기술이 단연 화두였다. 글로벌 이동통신회사인 에릭손 부스(왼쪽)에서 관람객이 5G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현실(VR) 체험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소프트뱅크의 로봇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로보틱스가 개발한 감정로봇인 ‘페퍼’는 관람객들 앞에서 춤을 추고 셀카를 찍으며 발길을 붙잡았다. 페퍼는 기쁨 놀람 슬픔 등의 감정을 인지하고, 목소리 떨림과 눈 맞춤, 얼굴 표정 인지로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는 로봇. 이런 페퍼 바로 앞에서 네 발 달린 로봇인 ‘빅독(BigDog)’이 달려드는 모습은 단연 압권이었다. 빅독은 소프트뱅크가 올해 7월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으로부터 인수한 로봇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으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뛰어나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역량이 페퍼에 합쳐질 경우 발걸음을 떼서 걷지는 못하는 페퍼의 한계가 극복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페퍼는 현재 일본에서 일반 소매점과 금융회사 등을 중심으로 5000대 이상 팔려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앞으로 AI 시스템인 왓슨을 탑재해 학습 능력과 데이터 연산 능력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30년 안에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싱귤래리티’(특이점)의 시대가 올 것으로 확신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 부스에는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인수한 영국 반도체 기업 ARM의 부스가 함께 있었다. ARM은 모바일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설계도를 퀄컴과 삼성전자, 애플 등에 빌려주고 돈을 버는 회사로, IoT, 자율주행, 머신러닝 등 연결성이 강조되는 특이점 시대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중국 기업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중국 이동통신사들과 통신장비업체들은 미국 통신기업과 별도로 ‘미-중 혁신 투자 서밋’을 갖고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등의 부문에서 양국의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은 롱텀에볼루션(LTE)은 한발 늦었지만 5G에서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5G에 200조 원 이상의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샌프란시스코=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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