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애플 참여’ 새 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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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연합 ‘애플 카드’ 꺼내… 日에 경영주도권도 보장하기로
인수 무산 국면서 반전 가능성

일본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서 사실상 인수가 무산된 듯 보였던 SK하이닉스의 ‘한미일 연합’이 애플을 참여시키는 새로운 카드로 반격에 나섰다.

일본 NHK는 30일(현지 시간) “‘한미일 연합’이 최근 도시바에 미국 애플과 함께 인수전에 참여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한미일 연합은 SK하이닉스와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애플을 여기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애플은 반도체 설계만 하고 제조는 외부 공장에 맡기는 ‘팹리스’ 방식으로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다.

한미일 연합은 베인캐피털과 도시바가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의 주식을 각각 46%씩 가지고 애플이 3000억 엔(약 3조672억 원)의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매각 가격으로 2조 엔(약 20조4478억 원) 정도를 원하고 있다.

올해 6월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부문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SK하이닉스가 지분 일부를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협상이 난항에 부딪혔다. 협상을 주도하는 일본 정부가 자사 주요 기업의 지분을 경쟁국 기업에 내주는 것을 꺼린 탓이다. 결국 지난주 일본 정부와 도시바는 도시바의 오랜 협력사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포함된 ‘신(新) 미일 연합’으로 협상 대상을 바꿨고, 이르면 31일 열리는 도시바 이사회에서 ‘신 미일 연합’과의 협상 타결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었다. 한미일 연합의 한 축이었던 베인캐피털은 도시바에 유감을 나타내는 공문을 보내고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미일 연합에 애플이 참여할 경우에는 인수전의 향방을 가늠하기 힘들게 됐다. 한미일 연합은 “도시바와 WD 사이의 재판이 해결돼 지분 매각이 가능해지면 산업혁신기구에 주식의 일부를 양도해 일본 측이 경영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우려하는 ‘국부 유출’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WD는 “사업 파트너인 우리의 동의 없이는 회사를 매각할 수 없다”며 도시바를 상대로 소송을 낸 상태다.

도시바는 ‘신 미일 연합’과의 협상에서도 WD의 경영 참여 문제를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전에서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재정 위기에 처한 도시바는 하루빨리 매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인수전 결과는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도시바 반도체#인수전#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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