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 등장뒤 서비스 개선” vs “코레일과 합쳐야 공공성 담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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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코레일-SR 통합추진’ 논란


정부가 수서발 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에 간선철도가 도입된 지 117년 만에 이룬 ‘철도 경쟁’ 체제가 1년도 안 돼 백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을 놓고 찬반양론이 있다”며 “국토부에 이 문제를 논의할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여기에 전문가와 국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두겠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과 분리 중 어떤 방안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미래 철도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는 작업을 선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 과정을 거쳐 늦어도 연내에 통합 여부를 결론 낼 방침이다. 하지만 출범 7개월 남짓된 SR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질 수 없다는 반론도 적잖다. SR-코레일 통합을 둘러싼 주요 쟁점을 짚어봤다.

○ ‘경쟁 효과’로 서비스 개선 vs 진짜 경쟁 아냐

SRT는 코레일의 KTX보다 10% 싼 요금을 내세워 지난해 12월 개통했다. 이에 맞서 코레일은 요금 5∼10%를 적립해주는 마일리지 제도를 부활시켰고, 최근 승객이 적은 시간대에 50% 할인 승차권도 내놨다. 서울역 중심의 철도 이용 문화가 수서역 중심의 서울 동남권으로 확대되면서 SRT는 6개월 만에 누적 승객 1000만 명을 넘겼다. 코레일은 서울 남부권 고객을 붙잡기 위해 광명역을 잇는 셔틀버스를 도입했다.

이처럼 두 회사가 경쟁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서비스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분리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철기 아주대 교통IT대학원 원장은 “경쟁체제로 소비자 편익이 커진 게 최대 성과인데 통합이 되면 이런 점이 후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통합을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SR의 10% 싼 요금이 자율적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 국토부가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또 SR는 수익이 보장된 고속철도 알짜 노선만 운영하는 반면 코레일은 적자가 불가피한 일반철도 운영부터 차량 정비, 선로 유지보수, 관제 등을 모두 맡고 있어 불리한 경쟁을 한다고 지적했다. 민재형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두 회사의 조건이 다른 데다 정부가 요금, 선로 배분 등을 결정하는 ‘무늬만 경쟁’인 구조”라며 “기존 서울역 용산역 이용객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역차별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코레일은 SR와 통합할 경우 KTX의 영업이익이 약 3500억 원 늘어 요금을 SRT와 같은 수준으로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차량 회전율을 높여 열차 운행도 지금보다 약 45회(하루 2만7000석) 늘릴 수 있다는 게 코레일 측 계산이다.

○ 철도 공공성 훼손 vs 독점체제로 회귀

2014년부터 3년간 흑자를 달성했던 코레일은 SRT로 고속철도 이용객이 분산되면서 올해 1분기(1∼3월) 478억 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전체로는 최대 2000억 원대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된다.

코레일은 고속철도에서 이익을 올려 벽지노선처럼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일반철도를 보조하는 구조다. 이처럼 코레일의 적자가 커지면 일반철도에 투자할 여력이 줄면서 벽지노선이 폐지되는 등 철도 공공성이 훼손된다는 게 통합론자들의 주장이다. 문광민 충남대 교수(행정학)는 “공기업인 코레일의 경영 악화는 결국 국민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레일 적자 구조는 방만 경영의 결과라는 반론도 나온다. 코레일이 경영 합리화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적자를 줄일 부분들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코레일과 SR가 통합하면 5년여의 논의 과정을 거쳐 어렵게 시작된 경쟁체제가 다시 코레일 독점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철기 원장은 “거대 노조에 발목 잡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민재형 교수는 “국내 철도노선이 4800km가 돼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데 지금은 4000km여서 두 회사가 투입될 수준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진용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찬반이 거센 만큼 TF에서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하고 신중하게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손가인 기자
#sr#코레일#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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