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 안될땐 분양계약 포기” 56%

  • 동아일보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상담 창구 모습. 지난해부터 강화된 집단대출 규제가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건설사뿐만 아니라 주택시장 수요자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DB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상담 창구 모습. 지난해부터 강화된 집단대출 규제가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건설사뿐만 아니라 주택시장 수요자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DB
분양시장 수요자의 80%가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이 어렵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절반 이상은 중도금 대출과 같은 집단대출이 되지 않을 경우 분양을 포기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동아일보와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1∼23일 전국 본보기집 3곳에서 방문객 138명을 대상으로 집단대출 규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30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0.5%인 111명이 중도금 대출규제로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실수요자들이 중도금을 조달할 때 금융기관 대출에 의존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체 응답자 중 여유자금이나 지인 및 가족에게 빌린 돈으로 중도금을 조달하겠다고 한 사람은 16.4%(24명)에 불과했다. 은행 집단대출(62%)이나 금융기관 대출(20.2%)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중도금 집단대출이 되지 않으면 청약을 포기하겠다는 사람도 전체의 56.5%(78명)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의 80.5%인 111명이 생애최초주택마련(62명)이나 교체 수요(49명) 같은 실수요자였다. 따라서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이들의 절반인 55명가량이 집단대출이 안 된다면 내 집 마련을 포기하겠다고 답한 셈이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정책실장은 “집단대출 규제는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금융권 신용대출이 늘어나게 돼 가계부채의 질이 더 악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이 겪는 어려움도 커지고 있었다. 중도금 대출 기관으로 제2금융권을 택하거나 납부 기일이 지났는데도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한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8일부터 올해 1월 31일 사이 분양한 52개 단지 중 중도금 대출 은행을 구한 사업장은 15곳에 불과했다.

여기에 28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가계부채, 기업 구조조정, 주택 부동산 시장 불안 등 리스크 요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추가 규제 가능성을 내비쳐 건설사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규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일정한 가이드라인이나 기준 없이 은행들이 마음대로 집단대출을 쥐락펴락한다”며 “결국 은행들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불만이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0일 가계대출 속보치를 발표하며 “집단대출 신규 승인이 막혔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집단대출 감소는 분양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집단대출 승인 기준을 명확히 밝혀 건설사와 수요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시장이 입는 타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례 실장은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실수요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투기 수요만 타깃으로 삼아 억제할 수 있는 선별적인 금융 규제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집단대출#분양계약#분양시장#설문조사#부동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