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새 길을 찾다/SK그룹]미래시장 개척 ‘공격 경영’… 올해 대규모 투자-기술혁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월 그룹 신년회에서 임직원들에게 “사람에서 시작해 조직별, 그리고 회사별로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재정의하고 실행하면 전체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이 저성장 시대에도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SK그룹은 올해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기술혁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면적인 공유와 개방, 그리고 이를 통한 위축된 산업 생태계를 함께 살리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다한다는 목표다.

최 회장은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 데스(돌연사) 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속에서 성장을 위한 페달 구르기를 멈춘다면 언제든 기업의 생명이 끝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올해 SK그룹 주력 관계사들은 국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할 때일수록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격 경영’을 중점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한 해 약 7조 원을 투자해 기술 중심 회사로 변신을 꾀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3조 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를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SK텔레콤도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총 1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수요가 약해 계절적 비수기로 꼽히는 올해 1분기(1∼3월)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액이 6조2895억 원, 영업이익은 2조4676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2%, 영업이익은 339% 늘어난 기록이다. 지금까지 SK하이닉스의 분기 매출액 및 영업이익 기록은 각각 5조3600억 원(지난해 4분기·10∼12월)과 1조6700억 원(2014년 4분기)이었다. SK하이닉스는 D램 20나노 초반급 제품 양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차세대 10나노급 D램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글로벌 ICT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ICT 생태계 조성 및 산업 육성을 위해 3년간 총 5조 원을 투자한다. 신규 투자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집중된다. SK텔레콤은 전면적 개방 시스템을 통해 국내 ICT 생태계가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미래형 네트워크 분야에도 3년간 6조 원을 투자한다.

SK텔레콤은 글로벌 파트너들과 대형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와는 자율주행 관련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SK C&C는 AI 서비스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미 국내 주요 병원에서 IBM AI 서비스 왓슨을 기반으로 한 암 진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SK C&C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기존 시스템통합(SI) 사업을 넘어 ICT 융합 사업으로 영역을 조금씩 넓혀 나가고 있다.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핵심 키워드는 ‘펀더멘털 딥 체인지(Fundamental Deep Change)’다. SK그룹 계열사 중 맏형 격인 SK이노베이션도 올해 1분기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1분기 매출 11조3871억 원, 영업이익 1조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19% 증가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은 건 지난해 2분기(4∼6월) 이후 3개 분기 만이며 역대 세 번째다.

특히 화학사업 부문에서 거둔 성과가 돋보였다.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화학사업의 1분기 영업이익(4547억 원)은 석유사업(4539억 원)을 뛰어넘으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석유기업에서 에너지·화학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정보전자소재 사업 등 신규 사업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유럽 등지의 수요 증가로 3월 생산설비를 기존의 두 배 이상인 3.9GWh(기가와트시)로 확대하기로 했다.

SK종합화학은 신시장 개척을 위해 글로벌 사업전략을 총괄하는 글로벌 마케팅 본부를 중국에 신설했다. SK루브리컨츠는 2015년부터 스페인 렙솔과 합작해 생산한 고급 윤활기유를 유럽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SK그룹은 바이오 산업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케미칼이 개발한 바이오 신약 ‘앱스틸라(AFSTYLA)’는 국내 최초로 미국, 유럽, 캐나다에 이어 호주까지 진출했다.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이 시판될 경우 미국 시장에서만 연 매출 1조 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친환경 신에너지 분야도 SK그룹의 차기 주력사업이다. 신에너지 분야는 천연에너지인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을 통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자원 고갈에 대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녹색경영의 실천이다. SK그룹은 지난해 4월 세종시 연동면 일대에 태양광 발전 인프라도 조성했다. SK D&D는 제주도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했고, SK E&S도 전남 신안에 풍력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