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새 에너지 정책, 출발점은 공론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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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5월 9일 선거 후 우리나라에는 새 정부가 들어선다. 에너지 분야에도 어느 때보다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그간 한국에 저렴하게 에너지를 공급해 온 원자력과 석탄에 대한 축소가 예상되고 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됐던 에너지 세제 조정도 기대된다. 이런 변화는 녹색성장을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하겠다는 그간의 산업 정책적 접근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정책 기조다.

에너지원을 여러 종류로 다양화하는 ‘에너지 믹스(Mix)’는 발전 믹스(원자력, 석탄, 가스, 신재생), 유종 믹스(휘발유, 경유, 등유) 등으로 나름 복잡하다. 이런 믹스의 조정은 거의 전 경제주체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현재 환경과 안전을 강조하는 믹스 조정은 비용 상승을 전제하는 것이고 기존 이해관계의 급격한 변경을 요구한다. 기존 인프라 간의 갈등도 우려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주유소와 충전소 간의 이슈다. 이는 전기 대 비전기 간의 갈등이기도 하다. 결국 원별 공급자와 원별 소비자 간의 복합적인 갈등을 유발할 것이다. 경제성만을 따지던 시절에 비해 대단히 복잡해진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요금 인상을 의미하는, 이러한 믹스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어떤 논리로 소비자를 설득할 것인가.

세제 조정을 한다면 기본 방향은 전기에 대한 과세가 될 것이다. 이 경우 세제 조정을 단순 증세로 할 것인지, 또는 유류세를 인하해 세제 중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원칙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실현 가능한 믹스 조정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대단히 복잡한 과정이다.

이 와중에 이를 결정할 거버넌스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새로운 정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에너지부 신설 등 관련 정부 조직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녹색성장과 같은 산업 정책은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그러나 에너지 믹스의 조정은 갈등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데다 기술적으로도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다. 안전과 환경 비용, 전력망 신뢰도 보장, 에너지원별 소매가격의 결정 방식 등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러면 우리는 이런 복잡한 선택을 어떻게 원만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할까. 이 선택은 각 가치와 가치 간의 충돌이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사안이다. 외환보유액의 변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런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대화가 필요하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다시 설치하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믹스 조정에서 공론화는 꼭 필요한 단계다. 소수가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원별 공급자와 소비자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총비용 및 이를 각 주체들이 어떻게 나눠 부담할 것인지도 논의해야 한다.

다소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에너지 믹스 조정이 건실하게 진행될 것이다. 아울러 에너지 믹스 조정 과정에서의 성장동력 창출도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믹스의 조정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고 그만큼 중대한 안보 이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우리에게 적합한 에너지 믹스를 새로 선택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성숙한 소통 역량을 기대해 본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에너지 정책#에너지원#세제 조정#에너지 믹스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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