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사태 통렬한 자기반성… 갤S8로 빠른시간 내 만회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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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의 ‘반성문’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갤럭시S8’ 신제품 발표 행사를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품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갤럭시S8’ 신제품 발표 행사를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품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사업부장이 되고 나서 큰 경영손실을 회사에 끼쳤습니다. 이 사태를 절대 코스트(cost·비용)가 아닌 인베스트먼트(investment·투자)로 승화시켜야겠다고 가슴속 깊이 느꼈습니다. 큰 금액을 잃었다고 생각 안하고, 빠른 시간 안에 상환하겠습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에 대해 통렬한 자기반성을 했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S8’ 신제품 발표회를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였다. 1월 23일 갤럭시 노트7 발화 원인을 직접 발표한 뒤 처음 공식석상에 나타나 밝힌 심경이다.

고 사장은 지난해 10월 단종 사태 이후 3개월간 매일 아침 수원사업장에서 대책 회의를 주재해 왔다. 하루도 쉰 날이 없었다. 토요일에는 구미사업장으로 가 생산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가슴 아프고 힘든 시기”였다.

고 사장은 “처음엔 분노가 끓어올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일주일, 열흘이 지나면서 그동안 직접 챙기지 않았던 배터리 공정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뭘 잘못해 왔는지 확인했고, 내가 직접 수습했기 때문에 이제는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발화 원인을 찾기 위해 20만 대 이상의 스마트폰, 5만 개 이상의 배터리를 테스트했다. 시장 불신을 우려해 제3의 평가기관에도 조사를 맡겼다. 고 사장은 “주요 거래선들에 모든 조사 과정을 공개하고 설명해 신뢰도를 회복했다”고 했다.

한 달 전에는 부사장급이 총괄하는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조직도 신설했다. 이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벌어진 리콜 사태와 대응 과정 등을 분석해 대형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원칙을 세운다. 고 사장은 “전 세계 무선사업부 임직원만 14만 명이라 감추는 건 불가능하다. 사내외에 모든 걸 투명하게 알리고 잘못한 부분은 책임지겠다는 사명감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개월간 이어져 온 절체절명의 위기의식 속에 태어난 제품이 갤럭시S8, 갤럭시S8플러스다. 사활을 걸고 만든 제품인 만큼 애정도 커 보였다.

고 사장은 “외부 평가가 어떻든 최선을 다했다. 시장에서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갤럭시S7은 전면의 전체 면적 중 74%가 디스플레이였다. 갤럭시S8은 베젤을 깎아내 이 비중을 83% 이상으로 높였다. 그는 “화면을 8∼9% 더 제공한다는 것은 멀티미디어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겐 엄청난 가치”라고 강조했다.

갤럭시S8에 탑재되는 첫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에 대해서는 성장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빅스비에는 많이 쓰면 쓸수록 사용자에게 최적화되도록 하는 딥러닝 기술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시작 단계지만 오래전부터 꿈꿔 온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제대로 상용화되려면 지금부터 한 달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빅스비 론칭을 어느 시점에 할 것인지 마지막 고민 중이라는 얘기다.

갤럭시S8은 다음 달 21일 한국 미국 캐나다를 시작으로 28일에는 유럽, 싱가포르, 홍콩 등 50개국에 출시된다. 5월 5일 이후 순차적으로 출시가 이어져 총 120개국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인한 기업 인수합병(M&A) 및 대규모 투자 지연에 대해서는 지나친 우려의 목소리를 경계했다. 고 사장은 “M&A는 늘 빠른 스피드로 진행해 왔고 지금도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깥에서 우려하는 것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혁신에 필요한 행동은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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