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보급, 마트-슈퍼가 왜 나설까

  • 동아일보

 롯데마트는 지난달 환경부와 전기자동차 충전기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롯데마트는 올해 안에 전국 모든 매장 119곳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롯데슈퍼도 용인점에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설치했다. 롯데렌탈은 지난해부터 전기차 렌터카 보급을 늘리고 있다. 이처럼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잇달아 전기차 관련 사업에 나선 것은 롯데그룹 차원의 비전에 따른 것. 1일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그룹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전기차 생활문화를 선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처럼 전기차와 별 관련이 없어 보이던 기업들까지도 최근 앞다퉈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2020년까지 신차 판매의 30%를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우자 사업 기회를 찾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나서면서 전기차 시대는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그룹도 전기차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안에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전시장을 들여올 예정이다. 이마트는 현재 85개 점포에 있는 전기차 충전 시설을 147개 전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통업체들이 노리는 것은 기업 이미지 상승과 함께 집객 효과에 따른 수익 증대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전기차를 이용하는 고객은 트렌드를 선도하려는 경향이 강하면서도 실용성을 따지는 사람들”이라고 분석했다. 유통업체들이 반드시 잡고자 하는 핵심 고객군인 셈이다.

 정유업체들도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검토 중이다. 정유업체들은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면 수익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넓은 공간을 갖춘 주유소는 전기차 충전기를 들여놓기 제격인 것도 사실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이 기존 주유 요금보다 싸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기존 주유소 업주들의 반발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관련 사업에 기업들이 뛰어드는 것은 정부도 바라는 바다. 하지만 정부가 조급함을 느낀 나머지 민간 투자를 막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환경부 등 정부 기관은 곳곳에 전기차 충전기를 직접 설치하고 요금을 받고 있다. 정부가 설치한 충전기에서 당장 싸게 충전을 할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민간 업체들의 참여가 부진하다면 전기차 보급 확산은 더딜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건물 중 가장 많은 118개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 롯데월드타워의 경우 현재 전기차 충전 요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충전 요금을 받을 수 있는 ‘지능형 전력망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요금을 받게 제도가 바뀐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전기차 사용을 늘릴 방안을 고민해볼 거라는 게 롯데월드타워 측 생각이다. 관할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능형 전력망 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은 매우 쉬워 현 제도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전기차 관련 업무가 환경부와 산업부로 나뉜 것도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두 부처는 모두 “전기차 보급은 환경부, 기술 개발은 산업부로 역할을 나눴다”며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산업부는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이달 안에 이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마트 등과 전기차 인프라 확대를 위한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지난달 환경부와 협약을 한 롯데마트만 빠졌다. 산업계에서는 부처 간 힘겨루기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전기차#보급#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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