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해운한류 기틀 마련… 위기의 국내 조선-해운업에 해법 제시

  • 동아일보

㈜코르웰

㈜코르웰 회사 전경
㈜코르웰 회사 전경
 국내 경제를 지탱하던 조선업에 이어, 우리 해운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을 위시한 글로벌 해운사들이 잇따라 경영난을 맞이하며 ‘무역대국’ 대한민국의 지위와 위상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성공사례를 가진 기업이 있다. 그것도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해운업계에서 말이다.

 1986년 설립 이후 선원 송출업과 국제해운 대리점, 무역업 등으로 성장한 ㈜코르웰(회장 김성태, www.korwell.co.kr)은 올해로 창업 30주년을 맞이했다. ‘일연상객(一緣常客·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의 서비스 정신으로 우리 해운업계의 주춧돌을 형성하고 있는 이 회사는 해운업 위기 극복의 중요한 나침반을 제공한다.

한발 앞서 뛰어든 러시아 해운사업


 온 나라가 외환위기로 신음하던 1997년 우리 해운업의 상황은 현재와 묘하게 오버랩되고 있었다. 하지만 부산항만큼은 수백 척의 러시아 선박들이 기항하며 이 같은 경제난의 파고에서 조금은 비켜날 수 있었다. 러시아 선박들이 기항하며 그 선원들이 부산항에서 선박을 수리하고 국산 가전제품, 일상생활용품 등을 구매한 덕에 부산은 그 어떤 지역보다 위기를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

 이처럼 부산 경제의 커다란 활력소가 된 러시아 해운사업의 시작은 1980년대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직 우리와 공식 수교조차 맺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들의 선박을 부산항에 끌어들인 한 해운인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던 것.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전후해 싱가포르 항으로 기항하던 러시아 선단을 부산항에 유치하기 위해 정말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웃음) 수교조차 되지 않아 주일본 소련 대사관에서 어렵게 비자를 발급받아 러시아 지역을 직접 찾기도 했다.” 불굴의 정신과 행동력으로 뛰어든 그의 노력은 이내 큰 성과를 얻었다.

 1990년대 들어 러시아의 개혁-개방(페레스트로이카) 정책에 힘입어 러시아가 대외 개방의 길로 들어서면서 연간 1000척 이상의 러시아 선단이 부산항에 기항했고, 그중 330척 이상의 선박이 코르웰에 선박 대리점 업무를 위탁했다. 물론 이들이 국내에 머무르며 사들인 제품과 식료품은 부산 지역 경제에도 큰 힘이 되었으며, 이들이 구매한 어선 장비와 어구는 러시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다.

김성태 회장
김성태 회장


김 회장의 신념으로 해운 한류의 기틀 마련

 이 같은 코르웰의 놀라운 성공 신화는 김성태 회장의 뚝심과 강단, 신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국해양대를 졸업하고 해군 장교를 거쳐 오랜 승선 생활을 거친 그는 자신의 경험과 폭넓은 업계 내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코르웰을 설립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겠다’는 그의 뚝심 있는 의지는 설립 초기 어려움을 극복하며 일본, 러시아 등에서 수많은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해양운송업에 기반을 두던 김 회장은 1992년 부산 영도에서 어선의 수리, 정비, 개조공사를 주도하던 동일조선 주식회사까지 인수하며 선박 수리, 개조공사 시장의 선도역도 맡았다.

 일찍이 선박수리업계에서 그 놀라운 기술력과 조직력으로 대표 원양어선 수리업체로 알려진 이 회사는 지금도 기술력 개발과 정식 인증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선급으로부터 K-OHSMS 18001/2001 품질인증을 획득한 건 물론이고 러시아 선급으로부터 러시아 선박 지정 수리공장 인증 획득, 독일로부터 SKL 엔진 지정 수리공장 인증 획득,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 인증,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는 전국품질경쟁력 50대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며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코르웰은 한 단계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기존의 강점을 가진 러시아 극동지역의 해운, 수산 분야에서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여객선 사용연한 획일적 규제 대신 선박관리 제도 보완 먼저

 현재 김 회장이 갖고 있는 공식 직함은 단지 코르웰 회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부산상공회의소 위원을 비롯해 (사)동북아항만물류연구소 이사장, 부산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주부산 칠레 명예대사,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한국해양구조협회 수석부총재,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 등 그 직책의 범위와 무게는 실로 다양한 분야, 폭넓은 범위에 걸쳐 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영원한 해운인’이란 자존감을 결코 버리지 않는다. 특히 우리 조선·해운 산업 발전에 대해 정부 기관에 바라는 개선사항을 묻는 대목에서 그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은 탁상공론식의 정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그가 체험한 생생한 정책 제언이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현재 우리 여객선은 25년 이상 운항할 수 없다는 규제가 생겼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이 같은 규제를 두고 있는데, 이는 업계 현실에 전혀 맞지 않다. 단순히 획일적인 연수 제한보다, 얼마나 선박을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서도 선박을 얼마든지 더 사용할 수 있다. 일괄적인 연수 규제보다 한국선급기관 검사의 정밀도를 높여 관리 여하에 따라 운항을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RG(Refund Guarantee) 제도’에 대해서도 정부 기관의 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RG 제도는 ‘보통 조선업체가 선박을 제 시기에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시,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을 말한다.

 하지만 현재 10억, 20억원 단위의 소형 선박을 건조하는 중소 조선소가 발급받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를 보증하는 보험공사나 은행들이 RG 제도가 적용된 자산을 위험가중자산으로 설정해 나서길 꺼리기 때문이다.

 “수백억 원 규모의 대형 선박 건조 시에만 시중 은행들이 RG 제도를 받아주고 있는데, 사실 이 제도가 더 필요한 건 조선·해운 산업의 근간을 형성한 중소 조선소들이다. 만일 정책 당국에서도 소형 선박 건조 시 해당 제도를 적극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면 중소 조선소 활성화뿐 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 조선·해운업의 위기 극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도 우리 조선·해운 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그의 시선은 강렬했고 말에는 힘이 있었다. 역시 그는 그 어떤 직책보다 코르웰 회장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영락없는 해운인이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코르웰#해운#기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