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계부채 위험 수위, 9년 6개월 만에 ‘경고음’…한은 전망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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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계부채의 위험 수준이 9년 6개월 만에 국제적인 평가 기준으로 '주의' 단계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가계빚 급증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면서 국내 민간부채의 증가 속도도 세계 주요국 가운데 3번째로 높았다.

한국은행이 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가계부채의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가계 신용갭'이 2.03%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0.36%포인트에서 1년 새 약 6배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가계 신용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측정한 것으로, 신용 리스크가 경제 성장에 비해 적정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신용갭이 2%포인트 미만이면 '보통', 2~10%포인트이면 '주의', 10%포인트를 초과하면 '경보' 등 3단계로 구분해 국가별 부채 위험도를 평가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 신용갭은 2006년 4분기(10~12월¤2.09%포인트) 주의 단계에 속한 뒤 줄곧 보통 수준을 이어오다가 9년 6개월 만인 올 2분기에 다시 주의 단계로 분류됐다. 한은 관계자는 "2014년 하반기 이후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규제 완화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주택시장 활황 등이 맞물려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면서 신용갭이 다시 주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올해 6월 말 현재 국내 가계부채 비율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167.5%, 명목 GDP 대비 90.0%로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다.

가계 빚이 빠르게 늘면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더한 민간부채의 증가 속도 또한 세계 주요 19개국 가운데 3번째로 높았다. B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재 한국의 민간부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9%였다. 한국보다 부채 증가율이 높은 곳은 과도한 기업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14.7%)과 멕시코(13.7%) 등 2곳뿐이었다.

한은은 국내 민간부채가 2010년 4분기 이후 22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4번째 부채 확장 국면에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과거 3차례의 부채 확장 국면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감소세로 돌아선 바 있어 이번 확장 국면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민간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건설경기에 기댄 경제 성장이 계속되고 있어 경계감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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