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요구 무시 말라는 엘리엇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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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7 단종 이후]발톱 숨긴채 “삼성전자 신뢰” 밝혀
“지배구조개선 통해 사태해결 믿어”… 27일 주주총회 앞두고 세력 과시


 최근 삼성전자에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에도 삼성전자를 여전히 신뢰한다”고 12일(현지 시간) 밝혔다. 헤지펀드가 특정 기업에 대한 공개 지지 성명을 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엘리엇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갤럭시 노트7 사태는 불행한 일이지만 삼성전자가 세계적 수준의 브랜드 위상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리더십(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앞둔 삼성전자가 최고 수준의 기업운영 방식과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다룰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27일)를 2주 앞두고 엘리엇의 세력 과시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발톱을 숨긴 속내는 지난주 자신들이 제시한 ‘주주가치 증대 제안’을 무시하지 말라는 압박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들은 앞서 7일 삼성전자 지분 0.62%를 갖고 있다고 밝히며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분리 △30조 원 특별배당 △사외이사 3명 추가 선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요구했다.

 사외이사를 왜 하필 3명을 더 요구하는가에 대해선 ‘소위원회’ 구성을 노린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헤지펀드가 기업을 공격할 때 통상 이사 3명 추가 선임을 요구한다”며 “3명이면 이사회 내에 소위원회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정 소위원회를 꾸린 뒤 자산 매각이나 사업부 분할 등을 요구하면 기업 입장에선 위기다.

 특히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사업회사뿐만 아니라 지주회사에도 이사 3자리를 요구한 것은 궁극적으로 그룹 지주사 이사회까지 진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나스닥 상장 역시 미국 법망 아래 들어간다는 것 외에 추가 리스크가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나스닥 상장 기업은 이사를 추천하는 ‘지명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며 “지명위원회는 국내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와 달리 사내이사까지 추천할 수 있다”고 했다. 엘리엇 측이 요구한 3명의 사외이사가 지명위원회를 장악하면 회사 고위 경영진 선임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엘리엇이 요구한 삼성전자 분할 후 삼성물산과의 합병도 아직 중간금융지주제가 갖춰지지 않은 한국 법제도 한계를 이용한 포장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추진하기에 애로사항이 있는 주장을 앞세워 명분을 얻고 주가를 띄우려는 목적이란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 지분 8.38%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이 부회장 등기임원 선임에 대한 찬반 여부를 다음 주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전날 이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 의견을 제시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와 달리 2위 글라스루이스는 “이사회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글라스루이스는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에도 반대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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