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어디로… ‘운명의 10월말’

  • 동아일보

‘1조 잔금’ 드릴십 인도 협상 재개… 본사건물 매각-희망퇴직도 윤곽
자금 확보 실패땐 유동성 위기 직면

 이달 말 대우조선해양과 앙골라 석유회사 소난골의 드릴십(원유시추선) 인도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조선해양 본사 매각 협상도 이달 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대우조선 채권단의 출자전환 규모 확정, 희망퇴직 등 자구계획에 포함된 핵심 사안도 이달까지 마무리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10월이 대우조선 구조조정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이달 말 소난골 드릴십 협상 재개

 13일 금융당국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난골은 대우조선 측에 “이달 말까지 웨이버 협상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웨이버 협상은 채무를 진 회사가 ‘신규 자금 지원을 중단하거나 채권 회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외 채권은행들로부터 받아내는 협상이다. 소난골이 장담한 대로 이달 말까지 웨이버 협상이 마무리되면 대우조선과의 드릴십 인도 협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드릴십 인도 협상의 핵심은 소난골이 얼마나 신뢰성 있는 담보를 가져오느냐다. 소난골은 대우조선 드릴십 2기에 대한 대금 12억4000만 달러(약 1조4012억 원) 가운데 잔금 9억9000만 달러를 치러야 한다. 당초 소난골은 6, 7월 해외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를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출 보증을 서기로 했던 노르웨이수출보증공사(GIEK)가 발을 빼면서 일이 꼬였다.

 국내 정책금융기관이 GIEK 대신 소난골에 보증을 서주면 드릴십 인도가 급물살을 타게 된다. 하지만 응분의 담보가 필요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난골이 보유한 석유 시추 광구에 대한 이익권을 보장하는 등의 매력적인 담보를 가져와야 협상이 긍정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 건물 매각에 대한 윤곽도 이달 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은 당초 코람코자산신탁에 본사를 매각하려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캡스톤자산운용으로 바꿨다. 협약에 따라 캡스톤자산운용이 이달 말까지 투자자 모집에 성공하면 대우조선은 본사 매각을 통해 약 1700억 원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코람코자산신탁처럼 캡스톤자산운용이 투자자 모집에 실패하면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 하반기 흑자 전망 우세…출자전환 규모에 관심

 이달 말까지 대우조선이 희망퇴직을 통해 1000명을 감원하면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자본 확충 등의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 확충의 전제 조건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라며 “희망퇴직이 잘 마무리돼야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홍성태 신임 대우조선 노조위원장이 이끄는 노조를 설득하는 것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3분기(7∼9월)를 포함한 하반기(7∼12월) 대우조선이 소폭 흑자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소식이다. 대우조선은 현재 특수선 등 방산물량에 대해 발주처로부터 5000억 원을 앞당겨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대우조선의 수주액은 13억 달러로 올해 목표액 35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선수금으로 유입되는 현금도 예상보다 줄어든 상황이다. 소난골 드릴십 인도, 본사 매각, 희망 퇴직 등을 통한 자구안이 착착 실행되지 않는다면 4400억 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4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우조선은 2017, 2018년 총 1조29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결정한 4조2000억 원 외에 추가 지원이 없다는 방침을 갖고 자구안 이행을 최대한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대우조선#자금#희망퇴직#매각#본사건물#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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