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대규모 리콜 없게”… 정밀조사위해 국내외 라인 스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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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7사태 극복 나선 삼성]삼성전자, 갤노트7 생산 잠정중단


  
‘8월 19일 출시→8월 24일 첫 발화 사례 접수→8월 31일 생산 중단.’

‘9월 19일 교환용 제품 출시→10월 5일 첫 발화 사례 접수→10월 10일 생산 중단.’

 한 달 새 똑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데자뷔(처음 하는 일을 전에 똑같은 일을 한 것처럼 느끼는 것) 같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 얘기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국내외 갤럭시 노트7 생산라인 가동을 잠정 중단했다. 교환용 제품을 내놓은 지 보름여 만에 미국과 대만, 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새 제품이 폭발했다는 신고가 이어지면서다. 특히 5일(현지 시간)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 여객기 안에서 발화한 사건을 계기로 삼성그룹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기내에서 발화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적을뿐더러 공공장소여서 목격자도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현재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에서 수거해 조사 중이다. 이날 미국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즌, AT&T, T-모바일 등은 “CPSC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갤럭시 노트7 교환 작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최대 국영통신사인 텔스트라도 제품 교환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이 중단됨에 따라 이달 중순부터 예정돼 있던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 일정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의 사전판매 고객들에 대한 배송도 지연될 것으로 알려졌다.
○ 잇따른 추가 발화

 지금까지 국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진 추가 발화 사례는 미국 5건, 대만 1건, 한국 1건, 중국 1건 등이다. 한국과 중국 사례는 외부 충격에 따른 발화로 확인됐지만 미국과 대만 사건은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여객기 내 발화 사건은 CPSC에서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건은 이르면 11일 제3의 외부기관에서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갤럭시 노트7의 명운은 1차적으로 두 조사 결과에 달려 있다. 특히 CPSC는 지난달 15일 삼성전자가 공급한 새로운 배터리에는 문제가 없다고 분석하고 리콜 계획을 승인했기 때문에 업계에선 CPSC가 내릴 새 결론에 더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조사 결과 교환하지 않은 제품이 터진 것이거나 사용자 부주의로 발화가 됐다면 삼성전자는 다시 생산해서 판매하면 된다. 반도체와 달리 스마트폰 생산라인은 조립라인이어서 다시 가동하는 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리콜 선언 당시 미처 확인하지 못한 또 다른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유례없는 위기일 수밖에 없다. 기존 글로벌 리콜 대상인 250만 대 외에 중국에서 판매된 물량까지 모두 책임져야 한다. 국내와 미국, 싱가포르 등 1차 출시국에서 이미 교환한 제품들도 다시 수거해야 한다. 각종 소송 가능성과 갤럭시S8 등 차기작 및 브랜드에 미칠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게 관건

 국내외 전자업계는 삼성전자가 생산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자 조사 결과에 관계없이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또 다른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외부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삼성전자 글로벌 법인마다 적지 않은 발화 사례가 접수된 것도 이번 생산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위험 요인이 있다고 보고도 계속 판매나 교환을 하면 추후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소비자 불안감 해소를 위해 선제적으로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생산라인을 중단하고 현재까지 출하된 물량부터 정밀 검수해 추가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배터리 등 부품별로 품질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번 발화 요인이 단순 배터리 문제가 아닌 설계 문제일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던 중국 ATL사 배터리를 전량 탑재한 새 제품에서도 교환 전 제품들과 비슷한 형태의 발화 흔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교환한 제품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설계나 제조 등 제2의 원인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 초반 4.5% 급락한 162만8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외국계 창구로 매수 주문이 늘면서 하락폭이 줄어 전날보다 2만6000원(1.52%) 하락한 168만 원으로 장을 마쳤다.

김지현 jhk85@donga.com·서동일·한정연 기자
#삼성전자#갤노트#배터리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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