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의 다른경제]공공기관 평가부터 개혁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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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논설위원
홍수용 논설위원
‘낙하산 관피아’와 공공기관을 잇는 고리는 굵고 단단하다. 높은 급여와 복지를 독식하겠다는 양쪽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려면 이 사이에 제3자가 끼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개혁의 핵심은 두 기득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공생관계를 끊는 것이다. 이런 개혁의 총책임자를 뽑을 때 관피아를 배제하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

현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은 반장식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이다. 1977년부터 30년 동안 재정경제원과 기획예산처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피아로 지난해에 이어 단장직을 연임하고 있다.

‘甲중의 甲’ 경영평가단장


A 교수는 유학 시절부터 ‘나중에 꼭 공공기관 경영평가위원이 되어라’는 선배들의 조언을 들었다. 관련 업계에서 지명도가 급신장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용역 과제를 쉽게 따낼 수 있고 일만 잘 풀리면 공직 진출 길을 열어주는 ‘꽃 보직’이라고 했다. 그는 2월 21일 경평위원에 선임됐다. 공식 임기는 1년이지만 실제 활동기간은 2월 말∼6월 말로 짧다.

경평 과정에서 A 교수는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반 단장의 영향력이 너무 큽니다. 경평위원들이 객관적 평가를 해도 반 단장과 총괄반이 ‘요새 ○○기관 평이 나쁜 것 아니냐’면서 인상 비평을 합니다. 저는 1000만 원도 안 되는 보수를 받는데 별로 하는 일 없는 단장은 4900만 원을 받습니다. 경평위원이 ‘갑’이라면 경평단장은 ‘갑 중의 갑’인 셈입니다.”

경영평가단이 기재부로부터 독립해 정확한 평가를 한다면 반 단장이 주관적 의견을 개진하거나 보수를 많이 받아도 문제될 건 없다. 기재부는 경영평가단을 독립 조직으로 보지 않는다. ‘원래 경영평가는 기재부 장관이 하는 것인데 임의조직인 평가단에 맡겼다’는 게 기재부의 판단이다.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와 다른 독자적 판단을 할 수는 없다. 반 단장은 2011∼2014년 한진해운 사외이사를 맡았다. 한진해운의 부실이 쌓일 때 ‘거수기’였던 그가 323개 공공기관의 부실을 냉정하게 검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큰 기관은 경영평가 성적이 양호한 반면 작은 기관은 성적이 미흡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경평은 각 위원이 자료로 사전 조사를 하고 기관에서 보내온 서면 자료를 분석한 뒤 현장 실사를 하는 3단계를 거친다. 위원 한 명이 8, 9개 기관을 담당하고 기관당 평가에 10일 정도 걸린다. 큰 기관은 일정을 숙지하고 컨설팅을 거쳐 근사한 보고서를 준비하지만 작은 기관은 개별 질문에 답하기도 버겁다. 대형 공공기관은 절대 낙제점(60점 미만)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 낭설은 아니다.

철밥통은 깨지지 않았다

경평위원 165명의 명단은 평가가 끝나기 전까지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로비 차단을 위해서다. 그러나 공공기관들은 수개월 전부터 위원 명단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위원이 첫해는 로비를 받지 않아도 2년 차, 3년 차가 되면 로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경영평가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공공기관을 압박해왔다. 그런데 이런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점수는 100점 만점에 2점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공공기관들이 정부의 말뿐인 엄포에 꿈쩍도 않는 이유다.

정부는 다음 달 15일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공공기관 정상화의 성과를 자랑하고 싶겠지만 자중하길 바란다. 철밥통은 깨지지 않았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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