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해외 경험과 조직 네트워크… CEO에 필요한건 균형감

  • 동아일보

기업을 이끄는 리더에게 국제화 역량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의 경험이 풍부할수록 신시장에 진출하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능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시장에서의 경험이 실질적으로 리더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주변을 둘러보면 해외시장 경험이 일천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을 잘 이끌어 나가는 최고경영자(CEO)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의 리더에게 해외 근무 경험이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이 들게 된다.

최근 스위스와 독일의 경영학자들이 이 점을 따져봤다. 서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310여 개 글로벌 기업 CEO를 대상으로, 몇 개 나라에 체류해봤는지 또 그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한 다음, 각자가 CEO가 되기까지 걸린 기간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해외시장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보다는 본사의 핵심 부서나 본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들이 대체로 CEO로 더 빨리 진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경력이 아예 필요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그 이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CEO가 되기 위한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글로벌 경쟁이 심해진 요즘, 다양한 해외시장에 도전해 경험을 쌓고 자신의 역량을 입증해 보이는 것이 CEO의 핵심 역량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칼과 같다. 조직 내부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데 오히려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해외 업무와 조직 내부에서의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을 모두 추진해낼 수 있는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

기업 역시 차세대 관리자 육성을 위해 해외 경험과 조직 내부에서의 네트워크 형성을 균형감 있게 지원할 수 있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역량 있는 직원들이 과중한 해외 업무 때문에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거나 진급 시 역차별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해외#조직 네트워크#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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