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정기준 6조? 7조? 10조?… 계산기 두드리는 공정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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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규모 상향조정 개선안 검토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변경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제도 개선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현행 자산 5조 원 기준과 관련해 “시대에 맞게 반드시 바뀌어야 된다”고 언급한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3일 “공정거래법만 고려한다면 기준 변경이 어려운 문제는 아니지만 다른 법률이나 중소기업 범위와도 연관이 돼 있어 재계나 다른 부처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방안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집단 기준을 차용한 법은 20여 개, 관련 규제는 60여 개로 추산된다.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간 상호출자와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집단 현황 등 주요 경영사항 의무 공시,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배 금지 등이 적용된다.

기준 변경이 공론화되기 전부터 공정위는 내부적으로 ①현행 자산 기준 상향조정 ②자산총액 상위 10대 그룹이나 30대 그룹 등의 단위별 지정 ③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등 신산업에 대한 규제 차등 적용 등 3가지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해왔다. 이 가운데 ②와 ③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임을 감안할 때 관련 규정을 신속하게 손질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이유에서 시행령만 개정하면 되는 자산기준 상향조정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산 규모 1위인 삼성(348조 원)과 65위인 카카오(5조1000억)는 자산규모가 무려 70배가량 격차가 있는데도 똑같은 규제를 받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힘을 실어준다. 공정위는 2008년 4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기업 지정 기준을 2조 원에서 5조 원으로 올렸다. 그 결과 2008년 79곳이었던 규제 대상이 2009년 48곳으로 대폭 줄었다.

자산기준 변경도 세부 기준에선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5조 원에서 6조 원으로 1조 원 상향조정 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면 카카오, 금호석유화학, 한솔, 삼천리, 하이트진로, 셀트리온 등 민간기업 6곳과 공기업인 부산항만공사 등 총 7곳이 제외된다. 대기업 지정제도의 원칙은 유지하면서 카카오와 같은 기업집단들을 제외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몇 년 뒤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선 일찌감치 10조 원 이상으로 기준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경우 65개 집단 중 하림, KCC, 한국타이어, 코오롱, 교보생명 등 28개 집단이 규제를 면해 대기업 규제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정부가 ‘재벌 특혜’ 시비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들을 감안해 공정위 안팎에선 제도의 실효성을 살리면서 재계 요구를 일정부분 반영한 7조 원 남짓에서 자산기준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7조 원 이상이면 카카오 등 민간기업 9곳과 공기업 3곳 등 12개 기업이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정위는 상반기(1∼6월)에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을 마친 뒤 제도개선안의 윤곽을 확정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원용하는 법이나 규제가 80여 개에 달해 현재로선 정확한 발표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면서도 “신속하게 의견이 모아지면 예상보다 작업이 빨리 마무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공정위#대기업#지정기준#자산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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