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벽화 입은 전통시장… 멀리서도 찾아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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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디자인 경영/시즌3]<3> 디자인이 바꾼 부천 역곡상상시장

경기 부천시 역곡상상시장은 친근한 이미지의 만화 캐릭터 ‘빼꼼’을 활용해 시장 곳곳을 디자인했다. 역곡상상시장 입구 아치형 
간판에는 바나나와 사과를 든 빼꼼 캐릭터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맨위 사진). 역곡상상시장 안내표지판은 점포별로 색깔이 다르게 표시돼
 있었다. 부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경기 부천시 역곡상상시장은 친근한 이미지의 만화 캐릭터 ‘빼꼼’을 활용해 시장 곳곳을 디자인했다. 역곡상상시장 입구 아치형 간판에는 바나나와 사과를 든 빼꼼 캐릭터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맨위 사진). 역곡상상시장 안내표지판은 점포별로 색깔이 다르게 표시돼 있었다. 부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시장 조형물을 만들고 벽화를 그리는 등 시장 이미지가 확 바뀌고 나니까 멀리서도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신경호 역곡상상시장 문화관광형 시장 사업단장은 최근 2년간 역곡상상시장에서 벌어진 변화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1984년 경기 부천시 역곡동 82∼110번지 일대 복개천 위에서 시작한 역곡북부시장은 2014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ICT디자인융합시범시장’으로 선정된 후 지난해 역곡상상시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 개성 있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으로 차별화

21일 오전 비가 내렸지만 역곡상상시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채소와 과일을 진열하는 상인들은 활력이 넘쳤다. 원래 역곡북부시장에선 차별화된 특색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래서 역곡북부시장만의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국제만화축제를 개최하고 만화박물관이 있는 부천의 지역적 특성을 이용해 역곡상상시장이란 이름이 탄생했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흥미와 호감을 주기 위해서 ‘빼꼼’이라는 백곰 캐릭터을 활용했다. 빼꼼은 부천시와 저작권 계약이 돼 있는 만화 캐릭터다. 시장으로 드나드는 주·보조 출입구에는 바나나와 사과를 든 빼꼼의 조형물을 볼 수 있다. 각종 안내 표시판에서도 빼꼼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30대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시장 아케이드 천장에 스크린을 설치했다. 스크린에 만화 등 미디어 영상물을 상영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이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한 것이다. 오전 11시∼낮 12시 반에는 상인 혹은 지역주민 등이 돌아가면서 시장 내 라디오 방송을 진행한다.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남일우 역곡상상시장 상인회장은 “디자인을 바꾸고 나니까 ‘지나다니는 시장’에서 ‘찾아가는 시장’으로 바뀌었다”면서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 등지에서 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 고객 편의를 위한 디자인도 필수

역곡상상시장은 겉모습만 바뀐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 시장에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점포가 있지만 서로 구별되지 않아 원하는 점포를 한번에 찾기가 어려웠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역곡상상시장 안내 표지판에는 색채별로 점포를 표시해둬 누구나 점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경비실이 없는 다세대주택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장 안에는 무인택배시스템도 설치했다. 시장 통로 가운데 위치한 고객센터에는 장난감을 빌려갈 수 있는 ‘장난감 도서관’과 카페 등을 설치했다.

1, 2인 가구를 겨냥한 소량 소포장 상품도 눈에 띄었다. ‘성백영민속떡’을 운영하는 성백영 대표는 떡을 한입 크기로 포장하고 색깔별로 진열해둔 덕분에 3년 전에 비해 매출이 50% 가까이 늘어났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이 속해 있는 동네를 잘 파악하면 시장 특색을 어떻게 살릴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전통시장의 활력은 디자인에서부터

정부는 2002년부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설 현대화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자 지역 고유의 특성을 살리는 시장 육성 사업으로 선회했다. 전통시장의 의미, 역사 등을 연구해 시장에 각 지역에 맞는 디자인을 접목할 다양한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디자인을 활용해 시장을 탈바꿈시킨 사례가 적지 않다. ‘네덜란드 마켓홀’이라는 시장 재생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말발굽같이 거대한 아치형 건물 안에 농수산물 판매점 100여 개를 집어넣은 것이다. 아치홀 안 천장을 장식한 그림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시장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일본 오이타(大分) 현 ‘쇼와노마치’ 상점가는 일본이 고도성장하던 1955∼1964년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상점가의 활력을 되찾았다.

이일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전통시장이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 자체 매출이 증대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경제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부천=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전통시장#캐릭터#벽화#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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