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넥슨 ‘주식 대박’ 검사장 사표 받고 끝낼 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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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비상장 주식에 투자해 12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얻은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급)이 2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진 본부장은 현재 감찰이나 수사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표가 수리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가 사표를 냈다는 이유로 조사가 중단되면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변호사 개업도 가능하고 공무원연금도 수령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불거져 나온 의혹만 봐도 그냥 사표 받고 유야무야 끝낼 사안이 아니다.

서울대는 2014년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던 강모 교수가 사표를 제출하자 그냥 수리할 방침을 밝혔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교수가 면직 처리가 되면 연금 수령은 물론이고 재취업에도 불이익이 없다. 서울대는 결국 면직 처리를 미루고 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된 뒤 파면했다. 진 본부장은 법무부에 사실관계를 내부적으로 소명했으나 조직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조직에 끼치는 누’라는 것은 국민과 상관없는 자기들끼리의 관심사일 뿐이다. 내부 소명으로 의혹이 해소됐다면 굳이 옷을 벗을 이유가 없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면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히고 그 결과에 따라 처벌을 하고 옷을 벗겨야 한다.

진 본부장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주식 매입 과정에 대한 심사에 들어간 직후 사표를 제출했다. 공직자윤리위가 요구한 소명을 피하면서 공직자윤리위가 법무부를 통해 검찰 조사를 의뢰할 것에 대비해 선수를 친 듯하다. 법무부는 공직자윤리위가 심사 중이어서 감찰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 등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진 본부장의 주식 투자는 법무부 자체 감찰규정에 따르더라도 감찰 대상이다. 법무부가 진 본부장의 사표를 수리해 주기 위해 감찰 착수를 미적거린 것이라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진 본부장이 2005년 매입할 당시 넥슨 주식은 비상장의 인기 주식이어서 아무나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진 본부장의 특혜성 주식 매입 의혹이 해소되려면 서울대 동기인 당시 김정주 넥슨 대표와의 관계와 내부정보 누설 여부부터 밝혀야 한다. 진 본부장이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 근무를 마친 직후 넥슨 주식을 매입한 경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2부장검사 등을 지내면서 넥슨을 봐준 것은 없는지, ‘스폰서 검사’는 아니었는지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법무부는 진 본부장의 사표를 반려하라. 감찰이나 검찰 조사를 끝낸 뒤 아무런 비리가 나오지 않으면 그때 수리해도 늦지 않다.
#넥슨#주식#진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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