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금융통화위원, 정치 입김 빼고 선임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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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7명 중 4명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한은이 후임자 추천 요청 공문을 추천기관들에 발송했다. 2012년 선임된 정해방(기획재정부 추천) 하성근(금융위원회) 문우식(한국은행) 정순원(대한상공회의소 추천) 위원이 교체 대상이다. 한은 금통위원은 당연직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빼고 추천기관이 ‘금융 경제 산업에 풍부한 경험이 있거나 탁월한 지식이 있는 사람’을 추천하면 인사혁신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통위원은 대우는 차관급이라지만 인사청문회도 없고 연봉은 2억6670만 원이나 돼 ‘신의 직업’으로 불린다. 이 자리를 노리는 관료, 학자, 재계 인사들을 한 줄로 세우면 서울 남대문로 한은 정문에서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이런 대우를 받는 금통위원이 통화신용정책 회의 때 자기 목소리를 내며 제대로 역할을 했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매년 경제성장률 예측은 크게 빗나갔고, 금리 결정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다 적기를 놓친 적도 많다.

지금은 유럽 국가들과 일본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리고, 미국은 한국을 불공정한 환율개입국으로 지목하려고 드는 엄중한 시기다. 물가 안정과 국민경제 발전이라는 한은 설립 목표를 위해서도 후임 금통위원 선임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일부 추천기관은 후임자를 적극 물색하는 대신 청와대 낙점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어차피 낙하산 인사가 들어올 자리여서 자발적인 추천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가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업무비 사용 실태를 조사하는 것도 국책금융기관 물갈이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말이 나오는 판이니 추천기관들이 눈치를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금통위원이 결정하는 기준금리, 지급준비율, 통안증권 발행 등은 성장, 물가, 가계부채에 즉각 영향을 주는 메가톤급 경제정책이다. 정치권에 줄을 댄 인사들을 금통위원으로 선정하면 금통위는 정부의 하청기관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총성 없는 환율전쟁의 시기, 박근혜 대통령은 오로지 경제에 대한 식견과 실력만을 보고 금통위원을 선발해야 한다.
#한국은행#기준금리#통안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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