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물가 맞나? 2월 밥상물가는 9.7% 뛰었다

  • 동아일보

연초 0%대로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1%대로 복귀했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는 완화됐지만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뛰면서 일반물가와 체감물가 간의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2010년 소비자물가=100 기준)는 110.76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이 1%대라고 느끼기 어렵다.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품목의 물가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소, 과일을 비롯해 어패류 등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1개 품목을 묶은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7% 올라 2013년 1월(10.5%) 이후 3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나타냈다. 양파 값은 지난해 2월보다 118.6%나 급등했고 파(83.8%), 배추(65.5%)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 양파가격 118%↑… 생활물가 상승폭 19개월만에 최고 ▼

우영제 통계청 물가통계과장은 “지난달 한파와 폭설로 농축수산물 공급이 줄어든 반면 설 대목으로 수요는 늘어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가계 지출 비중이 높은 데다 자주 구입해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쌀, 전·월세 등 집세, 대중교통 이용요금 등 142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0.9% 상승해 2014년 7월(1.4%)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유가 하락에도 시내버스 요금은 오히려 9.6% 올랐고 전세(4.1%), 월세(0.4%) 등 집세도 올라 살림살이를 팍팍하게 했다. 음식점 소주 값(11.4%)과 구내식당 식사비(4.6%)도 크게 올랐다.

유수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석유제품의 가격 하락폭이 줄어든 데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올라 소비자물가지수가 소폭 상승했다”며 “앞으로도 국제 유가가 완만하게 오르면서 물가 하락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민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생활물가와 신선식품물가가 크게 상승하는 것은 전체 소비심리를 악화시켜 가뜩이나 얼어붙은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전반적인 저물가로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들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지만 서민들은 반대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거비나 식비 등 항목의 비중을 높여 소비자물가지수가 체감물가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선식품의 경우 서민들이 자주 사는 품목이지만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그쳐 실제 물가 상승률에는 크게 반영되지 못한다.

정부도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올해 말까지 생활물가 체감도가 높은 품목의 가중치를 높이거나 새 품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할 계획이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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