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졸업생이 은행에 이직?…금융업계, 정보보안 인력 확보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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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까지 판교테크노밸리(경기 성남시 분당구)로 출근했던 A 씨(43)는 요즘은 아침에 서울 도심으로 향한다. 한 시중은행의 과장으로 2014년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지방 소재 대학에서 공과대학을 졸업한 A 씨는 한 중소기업의 정보보안 분야에서 10년의 경력을 쌓았고 최근 이 은행 경력직으로 채용이 됐다. A 씨는 “경력 채용을 알아볼 때 은행들 중에서 오라는 곳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면서 “임금 등 여러 조건을 따져 고민 끝에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은행으로 옮겨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의 활성화로 금융업계도 앞 다퉈 정보보안 분야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첨단기술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의 혁신에 따라 개인정보보호 및 해킹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인력 수요가 금융권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현재 국내 155개 금융기관의 정보기술(IT) 관련 인력은 모두 9136명으로 1년 전보다 9.3%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3명의 정보보안 인력을 각각 딜로이트컨설팅, 안랩, 한국IBM에서 채용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정보보안 인력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진석 KB국민은행 정보보호부장은 “정보보안을 위해 외부 업체를 이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화이트해커(해커의 공격을 차단해 보안시스템을 지키는 인력) 5명을 지난해 별도로 채용했다”면서 “기존 직원들은 고려대, 연세대 등 각 대학과 협약을 맺고 정보보안 관련 업무를 교육해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입사원 채용 단계부터 정보보안 업무를 할 수 있는 이공계 출신에 가점을 주는 것도 이미 금융업계에서 일반화됐다. 일부 금융회사들은 승진에서도 보안 인력을 다른 직군에 비해 우대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중소기업에서는 “기존 인력을 지키려다 보니 인건비만 높아지고 있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보안 관련 인력의 확충에 따라 조직 구성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30~60명 규모로 정보보안 조직을 운영 중이다. 삼성화재는 올해 효율적인 조직운영을 위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의 전담 조직을 만들고 하부 수행 부서를 통합했다. KB국민은행은 자체 보안점검 기능을 강화하고 보안성 심의 절차를 체계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올해 1월 단행했다. 다른 금융회사들도 정보보안 인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 정보보안 관련 전문인력이 금융사 조직의 한 축을 차지하기에는 부족한 점도 많다. 우선 인력의 양 자체가 시장에 부족하다. 금융업계는 금융과 정보보안 업무를 모두 이해하는 인력의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해 인력 모시기에 진땀을 빼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두 분야를 모두 아는 인력이 현실적으로 턱 없이 부족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곳에서 더 적극적으로 정보보안 인력 채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승천 금융보안원 보안연구부장은 “작은 금융회사들도 소비자의 민감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만큼 더 활발하게 정보보안 인력 채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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