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 42개 동네 빵집이 소속된 인천제과점협동조합은 소규모 빵집에서 직접 하기 어려운 메뉴들을 조합 차원에서 만들어 조합
빵집에 제공한다. 배인필 조합장(왼쪽)이 납품할 빵을 직원들과 함께 포장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백화점 진출은 꿈도 꿔본 적 없었는데 이런 날이 오네요.”
2014년 11월 인천에서 빵집을 하던 자영업자 18명은 출자금 500만 원씩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어려운 사람끼리 서로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자는 소박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다.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다. 1년 2개월여가 지난 현재 조합에 가입한 빵집은 42개로 늘었고, 조합 자산 규모도 2배로 커졌다. 4월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빵집들을 제치고 인천의 한 대형 백화점 식품매장에 조합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매장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할 예정이다. 인천제과점협동조합 배인필 조합장이 강조하는 운영 목표는 간단하다. “경쟁력이 있는 맛있고 건강한 빵을 만들자.” 협동조합은 조리 과정이 복잡해 작은 빵집에서 엄두를 못 냈던 메뉴들을 앞장서서 개발했다. 마카롱과 캐릭터 케이크 등이 협동조합 차원에서 만들어낸 대표 메뉴다. 조합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조리법을 연구했고, 이 과정에서 나온 메뉴들은 조합에 가입한 동네 빵집에서 인기를 끌었다. 현재 인천제과점협동조합이 조합 빵집에 납품하는 메뉴는 15개 종류다.
조합 차원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내놓은 빵도 있었다. 손이 많이 가서 직접 만들기 어려운 팥 앙금은 첨가물 없이 국산 팥으로 직접 만들었다. 제과명장들이 모여 만든 ‘왕찹쌀떡’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조합 빵집에 납품했다. 배 조합장은 “고된 작업이었지만 맛과 품질에서 프랜차이즈 빵집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차별화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합의 노력들은 오래지 않아 시장 반응으로 이어졌다. 조합 결성 1년 만에 조합 소속 빵집의 매출이 모두 상승했고 월 매출이 30% 넘게 껑충 뛴 곳도 있었다.
협동조합 결성 이후 매출이 증가한 것은 인천제과점협동조합만의 사례가 아니다. 대구미용협동조합은 미용 소모품을 공동구매하고 투자에 집중하면서 매출이 10∼20% 올랐다. 부산 지역 32개 동네 서점 사장들이 결성한 부산서점협동조합도 공동작업장으로 유통비를 절감하고 마일리지 카드를 도입해 경쟁력을 높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협동조합 조합원 평균 연 매출액은 2억6450만 원으로 2014년 2억3490만 원에서 12.6%(2960만 원) 뛰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2013년 이후 1500여 개 협동조합 설립을 유도하고 1358개 협동조합을 지원했다. 5인 이상 소상공인이 모여 협동조합을 설립해 골목상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계획서를 내면 누구나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지원 협동조합으로 선정되면 판로 개척 및 홍보 등 마케팅 분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맞춤형 컨설팅이 이뤄진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결성한다고 곧바로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배인필 조합장은 “조합 결성 초기에는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결국 조합원들의 주인의식이 성공의 원동력임을 강조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협동조합 사업계획서에서 실현 가능성이 검증되면 1억 원 한도 내에서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며 “초기 단계부터 시장 조사를 꼼꼼히 해 계획을 세우고 공동의 목표를 확실히 정해야 협동조합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