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영학 서적은 직원들의 오너십(주인의식)을 높이려면 업무 프로세스나 의사결정 시스템, 평가 지표 등 객관적이고 기술적인 측면을 개선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만 갖춘다고 해서 조직원들의 마음속에 진정한 오너십이 싹트기는 어렵다. 오너십도 결국은 감성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늘 생산성이 떨어지고 사고가 많아 고민하던 공장장이 모든 직원에게 오너십을 부여함으로써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고자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공장장은 자사 공장이 얼마나 생산성이 떨어졌는지를 경쟁사와 철저히 비교하고, 그 격차를 어느 수준까지 좁혀갈 수 있는지 분석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강요하기보다는 직원 개개인이 오너십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전 직원을 강당으로 불러 강의도 하고 자료도 공유할 것이다. 당장 내일부터 직원들이 어떤 일을 해야만 이러한 개선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 매우 꼼꼼한 행동 지침들까지 만들어서 배포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한다고 과연 전 직원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며 오너십을 갖고 문제를 풀어 나가게 될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공장장의 강의가 끝나고 강당 문을 나서던 신 대리는 자기가 평소 잘 따르던 최 과장을 만나자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과장님, 공장장님이 오늘 여러 가지 말씀을 하시던데 정말 우리 공장 상태가 심각한가 봐요. 당장 다음 주부터 정말 열심히 뭔가 해야 될 것 같은데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하네요. 뭘 좀 어떻게 해 봐야 하는 건가요?” 그러자 최 과장이 심드렁하게 한마디 던졌다. “걱정 마. 이런 거 옛날에도 수십 번 있었는데 시간 지나면 다 흐지부지돼. 그냥 살던 대로 살면 돼.” 이 순간 공장장이 몇 개월간 준비한 분석과 연설은 다 물거품이 된다. 이미 신 대리 마음속에는 감성적으로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란 선입견이 생겨났다. 따라서 이후에 아무리 상세한 실행 계획표를 들이대도 별 소용이 없다. 아무리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방법들을 동원해도 직원들이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다. 이를 바로잡기는 매우 어렵다. 당연히 오너십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처럼 리더가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늘 “이 일을 사람들이 처음에 어떻게 감성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그 다음에 논리적인 이유들을 풀어가야 한다. 과학적인 분석과 실행 지침들, 엄격한 실행 계획과 목표, 평가 방법보다는 우선 사람들로 하여금 이 일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가짐’부터 만들어 내는 게 급선무다.
회사 내에 긍정적인 초기 여론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직속상관의 한마디가 공장장의 연설보다 더 중요하다는 일화도 소개했지만 대체로 주변 사람 대다수가 시큰둥하거나 부정적인 분위기면 나머지 사람들은 거기에 휩쓸리게 된다. 그래서 초기에 내용을 잘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여론을 이끌어 줄 사람들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어느 집단이건 이른바 여론지도층, 즉 오피니언 리더가 있기 마련이다. 애초에 이러한 여론 주도 역량과 성향이 있으면서 리더가 하려는 일에 긍정적인 사람들을 파악해 이들로 하여금 여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