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농협중앙회장에 김병원씨 당선

  • 동아일보

민선 전환 28년만에 첫 호남출신… 결선투표서 영남 지지받아 뒤집기

12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된 김병원 전 농협양곡 대표이사(오른쪽)가 최원병 현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2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된 김병원 전 농협양곡 대표이사(오른쪽)가 최원병 현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정치적, 역사적으로 매번 얽혔던 영남과 호남이 기적을 이뤘다. 이번 선거는 오히려 영남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제23대 농협중앙회장으로 선출된 김병원 당선인(63)은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남 나주시에서 태어나 고향의 남평농협에서 3선 연속 조합장을 지낸 그는 4대 문방흠 회장(1964∼1966년) 이후 50여 년 만의 호남 출신 농협중앙회장이다.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전환한 1988년 이후 네 명의 회장이 있었지만 호남 출신은 없었다. 김 당선인은 총회가 끝나는 3월 무렵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한다.

김 당선인은 이날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289명의 선거인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결선 투표에서 163표(56.4%)를 얻어 당선됐다. 1차 투표에서 91표를 얻어 104표를 받은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67)에게 뒤졌지만 이어진 결선 투표에서 탈락한 영남 출신 후보들의 표가 그 쪽으로 쏠려 뒤집기에 성공했다.

김 당선인은 “첫 투표가 끝난 후 2011년의 악몽이 되살아나나 싶어 잠시 걱정했지만 이번만큼은 꼭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동안 주말마다 경북 조합장님들이 일하시는 영농 현장을 자주 찾아뵀다. 그분들이 나를 지지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선 두 번의 선거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2007년 선거 때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지만 결선 투표에서 최원병 현 농협중앙회장에게 밀려 떨어졌다. 2011년 선거에서도 최 회장에게 패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쌓은 인맥과 신뢰가 이번 선거에서는 큰 힘이 됐다.

1978년 농협에 입사한 그는 나주 남평농협 전무를 거쳐 1999년부터 조합장을 내리 3선을 했다. 그동안 농협의 문제점을 살피다 큰 결심을 했다. 조합장을 그만두고, 농협 자회사인 NH무역과 농협양곡 대표이사를 맡았다. 더 크고, 더 깊게 농촌과 농협 문제를 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지난해 8월 그는 동아일보가 주최한 ‘2015 A Farm Show 창농귀농 박람회’에 강연자로 나서 귀농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8년 만에 새 회장을 뽑는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있어 정치권에서도 ‘농민 수장’ 자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선출직 3대 정대근 전 회장과 4대 최 회장이 모두 영남 출신이어서 영남과 비영남 대결로도 관심을 받았다. 김 당선인은 ‘농협경제지주제 폐지’ ‘조합당 평균 100억 원 조합상호지원자금 무이자 지원’ ‘중소 농협을 강소 농협으로 육성’ 등의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김 당선인은 ‘양극화’를 농협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역 농협 중 소득이 많은 곳과 적은 곳의 편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가다가는 잘되는 곳의 농협도 함께 욕을 먹는다. 그 심각성을 많이들 공감했다. 그래서 ‘조합당 평균 100억 원 조합상호지원자금 무이자 지원’ 공약에 대한 호응이 좋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농민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김 당선인은 “10만 임직원의 가슴에 농민이란 정체성이 없다. 회장 임기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협동조합 이념 교육관’부터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농민이 농협의 주인’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229만 농민 조합원을 대표하는 농협중앙회장은 비상임이지만 막강한 권한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 농협 자산만 432조 원에 이른다. 사업 부문별로 대표이사를 임명하고 주요 계열사의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1개 계열사의 직원만 8만8000여 명이다. 농협중앙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도 겸직하며 연봉은 7억2000만 원이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이날 신임 축산경제 대표이사에 김태환 전 농협중앙회 상무(59)를 선출했다. 김 신임 대표는 1983년 축협중앙회(현재 농협중앙회로 통합)에 입사했고 농협사료 본부장, 축산경제기획부 부장 등을 지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농협중앙회장#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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