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펀드-ELS 수익률 뚝뚝… 투자자 어쩌나

  • 동아일보

새해 벽두 증시폭락에 손실 눈덩이

지난해 10월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 3000만 원을 넣은 회사원 김모 씨(33)는 요즘 잠을 설치기 일쑤다. 새해 들어 두 차례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등락 때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9.97% 급락하면서 원금 손실 우려가 커져서다. 김 씨는 “일단 8일 증시가 반등했지만 언제든 폭락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을 기대하지 않고 원금 보전을 목표로 관리하다 처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해 벽두부터 중국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면서 중국 관련 상품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 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과감한 손절매를 노리지만 ‘롤러코스터’ 증시에 회수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

1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6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운용순자산 10억 원 이상 중국 주식형펀드는 평균 5.1%가량의 손실을 냈다.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만 따로 계산하면 평균 손실률은 5.69%에 달한다. 4일부터 6일까지 중국 상하이지수가 7% 이상 폭락한 것이 그대로 반영된 탓이다. 여기에 환매절차 등으로 반영되지 않은 7일 상하이지수의 하락률(7.04%)까지 더해지면 중국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더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투자펀드 해외주식거래 대상 국가 가운데 홍콩(27.9%)과 중국(12.8%)이 40.7%나 된다. 그만큼 중국 증시 위기 발생 시 국내 투자자들의 손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중국 증시가 추가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제로인에 따르면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중국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64억 원으로, 해외 주식형펀드 가운데 가장 많이 유출됐다. 서울의 한 증권사 직원은 “지난해 7, 8월 중국 증시 대폭락을 경험했기 때문에 7% 손실 정도는 감수하고서라도 돈을 찾아가겠다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중국 증시 폭락의 후폭풍은 주가연계증권(ELS)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증권사가 주로 기초지수로 활용하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는 올해에만 8.44% 하락하며 8,845.89까지 떨어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까지 H지수 하락으로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한 상품은 11개로 잔액은 168억 원 수준이다. H지수를 기초로 한 ELS 잔액 90%의 원금 손실 구간이 4,500∼7,850에 몰려 있어 중국 증시가 계속 하락하면 ELS 대량 손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두려움 때문에 펀드나 ELS 등을 처분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하루 주가가 크게 변하는 만큼, 환매를 신청할 때 예상한 금액과 실제 수령액의 차이가 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시 흐름이 안정돼야 매수, 매도 시점의 수익률을 정확히 추정할 수 있다”며 “지금은 변화폭이 줄어들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하이리서치사무소장도 “잘못 설계된 서킷브레이커가 중단되는 등 중국 당국의 정책이 나오면서 주가 흐름이 안정될 것”이라며 단기 이슈에 휘둘리지 말고 장기적으로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중국#펀드#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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