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리콘밸리로”… 한국 금융, 新골드러시

정임수기자 입력 2015-10-14 03:00수정 2015-10-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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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센터등 진출 잇따라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를 위한 현지법인 설립 준비에 착수했다. 한국의 대형 금융회사가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카드도 최근 국내 금융권 최초로 실리콘밸리에 연구개발(R&D)센터를 열고 핀테크(FinTech·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기술) 등 신사업 발굴에 들어갔다.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혁신기술의 허브인 실리콘밸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핀테크를 비롯해 모바일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미래 성장산업의 메카로 꼽히는 실리콘밸리에 직접 뛰어들어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실리콘밸리 러시가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의 현지 진출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신금융 거점, 미 서부 실리콘밸리로”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실리콘밸리 벤처투자회사 설립을 위한 관련 규제와 투자 방식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2003년 홍콩을 시작으로 세계 12개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글로벌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미래에셋이 해외에 벤처투자 법인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토양이 탄탄한 실리콘밸리를 새로운 투자무대로 삼을 것”이라며 “바이오, 로보틱스 등 혁신산업의 벤처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뉴욕법인을 설립한 미래에셋은 전통금융의 월가와 신(新)금융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를 양대 축으로 미국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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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는 지난달 21일 R&D센터 역할을 하는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열었다. 1987년 계열사인 현대캐피탈 LA법인을 만든 지 28년 만에 실리콘밸리를 미국의 두 번째 진출지로 정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핀테크가 가장 활성화된 실리콘밸리 현장에서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현지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신사업 기회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행·음악·디자인 도서관을 세우며 차별화된 오프라인 마케팅을 펼쳤던 현대카드는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기반으로 새로운 디지털 마케팅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계열사이자 국내 최대 벤처캐피탈인 한국투자파트너스도 내년 상반기에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연다. 사무소 설립 이후엔 매년 300억 원 이상을 미국 벤처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 관계자는 “기술력 있는 현지 벤처기업을 발굴해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에 진출하는 데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 부가가치 높은 사업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닷컴 버블 이후 최대 투자

실리콘밸리에는 바이오, 핀테크, 모바일IT 등 각종 첨단산업에서 급성장 중인 벤처기업이 포진해 전 세계의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PWC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규모는 152억 달러(약 17조 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늘었다. 이 추세라면 ‘닷컴 버블’ 때인 2000년(334억 달러) 이후 가장 많은 32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올해 이뤄질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핀테크 투자자금은 약 20억 달러로 유럽 전체 핀테크 투자 규모를 웃돌았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수익모델로 만들어내는 곳이 실리콘밸리이고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이 모두 여기서 탄생했다”며 “한국 금융회사가 미래 수익모델을 찾아 실리콘밸리로 진출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호찬 KTB벤처스 대표는 “금융권의 관심이 높았던 중국 시장이 감속에 들어간 데다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실리콘밸리가 각광받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형 금융회사들이 해외시장에서 벤처투자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에선 촘촘한 규제 때문에 핀테크와 관련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힘들다”며 “선진 현장에서 시장이 원하는 새로운 금융거래 메커니즘을 보고 배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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