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2016년 독일에 인터넷은행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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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뱅크유럽’ 인가 신청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 상반기(1∼6월) 독일에 인터넷 전문 은행을 설립한다. 인터넷 전문 은행은 점포 없이 인터넷과 콜센터, 자동화기기 등을 통해 예금 수신과 대출 등의 업무를 하는 은행이다. 국내 제조기업이 유럽에 은행을 세우는 것은 현대차그룹이 최초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초 독일 연방 금융감독청(BaFin)에 인터넷 전문 은행 ‘현대캐피탈뱅크유럽’ 설립 인가를 신청했다고 28일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연내 또는 내년 초면 독일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 영업은 내년 상반기에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뱅크유럽의 초기 자본금은 4420만 유로(약 574억6000만 원)다. 현대캐피탈이 3536만 유로(80%), 기아자동차가 884만 유로(20%)를 각각 출자하며 현대차는 추후 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증자 금액은 결정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뱅크유럽은 독일을 거점으로 유럽연합(EU) 국가에 신차 및 중고차 구매에 필요한 할부, 리스 상품과 자동차보험 등 자동차 금융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자동차 금융을 강화해 현재 정체 중인 현대·기아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은행을 통해 할부·리스 상품을 판매하면 기존 캐피털사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캐피털사들은 분실과 사고 위험이 있는 자동차를 담보로 금리를 설정하지만, 은행은 주택처럼 위험성이 낮은 담보물을 설정할 수 있어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뱅크유럽은 딜러들에게 자금 대출도 해줘 영업망 확장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업들을 대상으로 예금을 받아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 은행은 창구 인력과 점포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독일에서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도요타, 르노, 혼다, 피아트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이미 은행을 설립해 자동차 금융·보험 상품 판매, 중고차 매물 중개, 신용카드 발급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폴크스바겐뱅크는 자산 규모가 1151억 유로, 수신이 213억 유로다. 국내에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호출자제한집단은 은행을 설립할 수 없다. 또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에 대해 의결권을 가진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 현대캐피탈의 100% 자회사 현대캐피탈유럽이 독일에 진출했지만 금융기관과 협업해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만들어주는 금융컨설팅회사 역할만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유럽 고객의 70%가 자동차 금융을 이용하는 만큼 금융상품을 직접 판매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캐피탈은 영국에서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와의 합작법인(현대캐피탈영국)을 통해 자동차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에서도 현대캐피탈이 자동차 금융상품을 판매한다.

그리스 디폴트 위기가 유럽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현대차가 신규 투자를 하는 것은 “위기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정공법’이 적용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하반기(7∼12월) 유럽 내 승용차 및 소형 상용차 판매량이 718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기아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5.9%로 2013년 연간 6.2%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유럽에 현대차 신형 ‘투싼’과 기아차 신형 ‘스포티지’를 내놓고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내년 상반기 인터넷 전문 은행이 출범하면 판매 및 점유율 상승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무경 fighter@donga.com·강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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