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뒷좌석이 더 탐나는 ‘회장님 차’… 역동적인 주행성능 일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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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XJ L

처음 마주할 때부터 가슴이 뛴다. 고급차 브랜드 중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재규어. 그중에서도 ‘기함’이라고 할 수 있는 최상위 모델 XJ. 그중에서도 긴 차체를 뽐내는 롱 휠 베이스 모델, 바로 ‘재규어 XJ L’이다.

세부모델로 하자면 ‘XJ 3.0SC 포트폴리오 롱휠베이스’를 타고 경기 과천시와 파주시 등 서울 근교를 직접 달려봤다. 가격은 1억6190만 원. 웬만한 고소득자가 아니고서는 타기 힘들어 보이긴 한다. 직접 타보니 제값은 하는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말이다.

외관은 고급스러우면서도 비슷한 크기의 독일 브랜드 차보다는 훨씬 젊고 화려한 분위기다. 메시 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로 중후함을 표현하면서도 가운데 원 안에서 날카롭게 포효하는 재규어의 얼굴이 눈길을 끈다. 양옆 헤드라이트도 살짝 찌푸리며 먹이를 바라보는 듯한 맹수의 눈을 빼닮았다.

기자는 차의 디자인을 볼 때 외관보다도 내부를 중시한다. 바깥이야 사실 남이 보는 것이지만 안쪽은 내가 머물며 계속 봐야 하는 공간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이 차 내부는 계속 머물고픈 공간이다.

전체적으로 갈색의 가죽 통풍 시트가 소파에 앉은 듯 편안한 느낌이 들게 한다. 손에 닿는 부분이 ‘부들부들’해 감촉도 굉장히 신경 쓴 느낌. 섭씨 40도의 물에서 16시간 동안 데워 좋은 향이 나는 가죽만을 쓴다고 한다. 대시보드 위쪽 원통형의 송풍구 사이에 있는 아날로그 시계가 고급스럽다. 머리 위 공간과 발을 두는 공간도 아주 넉넉하다. 고급 독일차의 경우 터치스크린이 아니어서 내비게이션 사용이 불편한 경우가 많지만 한국 업체 내비게이션이 달려 있어 사용이 훨씬 편리하다.

사실 앞쪽보다도 뒷좌석이 더 탐나는 차다. 앞좌석도 좋지만 ‘회장님 차’처럼 앞보다는 뒷좌석에 더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 뒷좌석 양쪽에 개인용 디스플레이와 사무용 탁자도 달려있다. 전 좌석에 마사지 기능도 있다. 강도가 좀 약하긴 하지만.

여느 ‘회장님 차’처럼 중후한 차로 보기엔 주행성능이 너무도 역동적이다. 특히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는 순간 계기판이 붉은 빛으로 물들면서 튀어나가는 힘이 배가되는 느낌은 그야말로 ‘재규어’다. 차체가 크고 긴 만큼 아무리 고속으로 달려도 불안한 감이 없이 안정적인 느낌이 이어졌다. 코너링도 긴 차체 덕분인지 안정적이었다. 일반 모드에서는 정숙하고 미끄러지는 듯한 주행감을 느낄 수 있었다. 3000cc 엔진을 단 이 차의 최고 출력은 340마력, 최대토크는 45.9kg·m이다. 차체를 100%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몸을 가볍게 했다. 복합연료소비효율은 L당 8.0km지만 고속도로에서는 10km를 훌쩍 넘기기도 했다.

다만 변속기가 조그 다이얼 식으로 돼 있어 ‘당기는 맛’이 없다 보니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강조하는 차 콘셉트와는 잘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 차체가 크다 보니 불편한 점도 많았다. 특히 평행주차할 때가 그랬다. 분명 앞뒤 차들이 여유를 두고 떨어져 있는데도 그 사이에 차를 넣기 위해 한참 고생해야 했다.

‘XJ L’은 운전사가 모는 것이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차를 원하면서도 나이 들어 보이기보단 한층 젊은 감성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운전사가 몰더라도 스스로 몰고 주행성능을 즐기기에도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기자가 탄 ‘3.0SC 포트폴리오’를 비롯해 총 9가지 세부모델이 있다. 가격은 1억890만∼2억2420만 원이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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