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 액션플랜 없어…추경효과 반감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6일 03시 00분


하반기 경제정책 ‘빈수레’ 논란

정부가 25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경제활력 강화’와 ‘구조개혁 가시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럴듯한 목표만 있을 뿐 어떻게 이 목표에 다가갈 것인지를 담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완의 보고서’로 평가된다.

이번 발표가 경제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 취지인 만큼 모든 정책이 새로울 필요는 없지만 성장 잠재력을 높일 근본 처방과 기존 정책을 현장에 적용할 실천 계획을 담았어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 당정 갈등으로 추경집행 차질 가능성

추가경정 예산안과 관련해 정부는 당정협의 전날인 24일까지도 “추경의 전체 규모를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5일 당정협의 뒤 추경 규모를 발표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새누리당에서 “구체적인 세출 리스트가 없는 상황에서 총액을 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밝힌 전체 재정보강 규모 15조 원 가운데 추경 규모가 10조∼13조 원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추정일 뿐 변수가 많다.

추경 규모와 집행 계획을 둘러싼 당정 갈등이 깊어지면서 자금 집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경의 성공 여부는 집행 속도를 높이는 데 있지만 일반적으로 추경은 한 해의 3분의 1이 지난 시점에 시행돼 돈을 쓸 시간이 늘 부족하다. 실제로 2013년 5월 국회를 통과한 그해 추경사업의 집행률(예산액 대비 지출액 비율)은 93.1%에 그쳤다.

이번 추경의 경우 국회 심의과정을 감안하면 일러야 7월 말은 돼야 자금이 시중에 투입된다. 따라서 추경사업과 관련한 자금 집행속도가 2013년보다 더 느려질 공산이 있다.

○ 알맹이 빠진 대책

정부가 판단하는 지금의 경제 상황은 위기 수준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1%로 내렸을 뿐 아니라 45만 명으로 예상했던 신규 취업자도 40만 명으로 낮춰 잡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기존 2.0%에서 0.7%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실질 경제성장률에 물가 상승률을 더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대에 머문다는 뜻이다. 명목 성장률이 떨어지면 세금이 기대보다 덜 걷혀 재정 압박도 심해진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하반기 청년고용 대책, 수출 활성화 대책,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 가계소득 확충 방안 등을 추진키로 했다. 우선 청년고용 여력이 큰 무역·정보통신 관련 공공기관들의 증원을 추진하고 기존 교원들의 명예퇴직을 확대해 신규 교사를 더 충원키로 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대기업의 직업훈련시설과 프로그램을 활용해 교육훈련 규모(5만 명)를 확대하고, 유망 업종 내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청년인턴제(5만 명)를 도입해 취업과 연계할 계획이다.

또 수출입은행의 전대금융(20억 달러),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보증한도 사전제공 약정(40억 달러), 수출 급성장·초보기업 무역보험(9000억 원) 등 총 14조 원 규모의 수출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엔화, 유로화 약세로 피해를 본 기업들에 환변동보험 지원을 강화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해 수출 전략품목을 발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업들의 세제 혜택을 늘리고, 최저임금 제도를 개선해 가계소득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대책의 가짓수는 많지만 정작 알맹이는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핵심 정책의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심을 모았던 ‘청년고용절벽 종합대책’은 이번 발표에서 제외됐다. 수출활성화 대책의 핵심인 ‘수출경쟁력 강화 방안’ 역시 추후 발표된다. 청년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유망 지역별로 차별화된 맞춤형 진출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은 과거 정책과 비슷하다.

무엇보다 성장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노동 공공 교육 금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 추진 방안은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당위적 수준에 머물렀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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