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 ‘기회의 땅’ 동남아로 몰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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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시장이 국내 스타트업의 ‘넥스트 차이나’로 떠오르고 있다. VCNC가 개발한 커플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비트윈의 태국 서비스 화면. VCNC 제공
동남아 시장이 국내 스타트업의 ‘넥스트 차이나’로 떠오르고 있다. VCNC가 개발한 커플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비트윈의 태국 서비스 화면. VCNC 제공
기업정보 공유 사이트 잡플래닛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첫 번째 해외 법인을 설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해외 진출의 첫 거점으로 중국을 제치고 인도네시아를 택한 것이다. 서울 본사에도 동남아 각국 출신의 현지인 직원을 채용해 국가별 서비스 기획과 마케팅을 맡겼다. 향후 자카르타를 기점으로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대만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윤신근 잡플래닛 공동대표는 “동남아 시장은 성장 속도가 중국만큼 빠르지만 현지 경쟁은 아직 중국만큼 치열하지 않다. 한국 스타트업이 도전해볼 만한 유인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유수 스타트업들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매년 경제성장률이 5%를 웃돌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지만 인터넷 서비스와 스마트폰 보급률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켠 수준이다. 현지 인터넷 기업과의 경쟁도 ‘레드 오션’이 된 중국처럼 치열하지 않다. 수도인 자카르타 인구만 1000만 명에 이르고 내수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인도네시아는 한국 스타트업계에서 ‘넥스트 차이나’로 인식되고 있다.

인터넷 접속 환경이 개선되면서 무료 통화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은 동남아 시장의 특성 중 하나다. 이에 주목한 곳이 스마트폰용 무료 통화 애플리케이션(앱) ‘브릿지콜’을 서비스하는 브릿지모바일이다. 브릿지콜은 현재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태국 등 동남아 7개국에 진출해 있다. 노상민 브릿지모바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마케팅 테스트 당시 동남아 시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무료통화’ 키워드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며 “모바일 기기 보급은 늘고 음성 통화는 여전히 비싸게 인식되는 반면에 강한 커뮤니케이션 수요가 존재하는 곳이 동남아”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국내 스타트업이 구글플레이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동남아 시장의 매력이다. 정부 차단에 의해 구글플레이를 사용할 수 없는 중국 시장에서는 개별 앱 스토어 사업자와 협상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포츠 스코어 중계 앱 ‘스코어센터 라이브’를 서비스하고 있는 실(SYL)은 지난해 16개 언어로 서비스를 확대해 구글플레이 마케팅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구글플레이를 타고 들어온 해외 이용자 중 인도네시아인 이용자가 가장 많았다는 점을 확인한 뒤 올해부터 인도네시아 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강점인 감성 마케팅도 동남아 시장을 잘 공략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네이버 ‘라인프렌즈’ 캐릭터 스티커는 서구권에 비해 모바일 대화 중 감정 표현 수요가 높은 동남아 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커플 전용 스티커, 기념일 이벤트 등 서비스를 특화한 메신저 앱 ‘비트윈’을 개발한 VCNC는 지난해 8월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12월에는 태국에 사무실을 열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동남아에선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사용자가 꾸준히 늘었다”며 “한국 시장에서 한 박자 빠르게 알아낸 감성 서비스 수요를 통해 동남아에 진출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곽도영 now@donga.com·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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