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꼴만 봐도 “아, 그 기업” 폰트 마케팅 뜬다

곽도영기자 입력 2015-05-22 03:00수정 2015-05-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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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전용 글씨체 도입 잇달아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이 자체 개발한 ‘배달의민족’ 글씨체는 대기업 마케팅과 지상파 TV 방송 등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 사진 왼쪽부터 이마트, 샤니, 알바몬, SBS ‘매직아이’에 적용된 모습. 우아한형제들 제공
“방금 저 광고, 글씨체가 낯익은데?”

정사각형 틀에 맞춘 듯한 굵고 뭉툭한 검은 글씨. 1970년대 이발소 간판을 연상시키는 ‘한나체’는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이 개발한 글씨체(폰트)다. 버스나 정류장의 옥외광고에서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등의 카피와 함께 눈길을 끌었다. 2012년 10월 무료 폰트로 대중에게 개방된 뒤 3년째인 현재 한나체는 대형마트 전단, 과자 포장지, 지상파 TV 프로그램 자막 등 주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글씨체가 됐다.

○ 폰트 마케팅을 잡아라

기업의 자체 폰트가 이모티콘과 캐릭터 사업 외에 새로운 콘텐츠 마케팅 영역으로 떠올랐다.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널리 사용됨으로써 그만큼 기업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아이콘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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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2008년부터 매년 새로운 글꼴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나눔글꼴’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한글한글 아름답게’라는 캠페인과 한글 간판 프로젝트 등을 통해 폰트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현대카드도 2003년 ‘유앤아이(You and I)’ 폰트를 개발하고 M카드 알파벳 시리즈에 적용해 가입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인터파크 고딕체(인터파크)’나 ‘다음글꼴(다음)’ ‘아리따 돋움(아모레퍼시픽)’ 등 자체 개발 폰트에 기업명이나 브랜드 이름을 붙여 공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디자이너 출신으로, 네이버와 현대카드 디자인 에이전시를 거쳐 양사의 폰트 디자인 사업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2010년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시작한 뒤 앱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폰트 개발에 착수했던 계기였다.

우아한형제들 디자인팀은 20대 자취생과 회사에서 배달 주문을 도맡아 하는 막내급 사원들을 타깃층으로 겨냥했다. 실험 정신을 살리기 위해 폰트의 초기 디자인도 회사의 막내급 디자이너에게 맡겼다. 그 결과 복고 문화가 한창 떠오르는 ‘홍대앞’ 분위기를 살려 ‘1970년대 간판스타일’을 표방하는 지금의 한나체가 만들어졌다.

○ 딸 이름 딴 ‘한나체’의 광고효과

한나체와 그 뒤를 이은 ‘주아체’는 개발과 동시에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됐다. 옥외 광고를 통해 젊은층에 어필한 결과 대학생 개인 프레젠테이션 자료 등에 활발히 쓰이기 시작했다.

폰트 인지도가 높아지자 다른 기업들에서도 마케팅에 적용했다. 현재 △농심, 롯데제과, 이마트 등 대기업 제품과 마케팅 △캔디크러쉬소다 등 각종 스마트폰 게임과 앱 △‘추적 60분’ ‘마녀와 야수’ 등 지상파 TV 프로그램 자막 △각종 서적의 겉표지까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글씨체가 모두 한나체와 주아체다. 금재현 우아한형제들 디자인실장은 “오픈 당시엔 네이버 나눔고딕처럼 영향이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요즘은 같은 정보기술(IT) 업계 내부 공지문도 우리 글씨체를 쓴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중에 자주 노출되는 폰트는 광고 효과와 이어진다는 것이 우아한형제들 측의 설명이다. 금 실장은 “우리 폰트를 외부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때 공식 파일명은 ‘배달의민족 한나체’로 돼 있다”며 “폰트를 대중에 오픈하면서 간접적인 홍보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8월 새로 개발한 ‘도현체’ 공개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옛 간판 느낌을 살렸지만 가로세로 선을 좀 더 길쭉길쭉하게 만들어 세련미를 더했다. 폰트의 이름은 전 직원 추첨으로 뽑힌 영업본부장 아들의 이름을 땄다. 한나와 주아도 김 대표의 두 딸 이름이다. 김 대표는 “딸 이름을 붙일 만큼 사내에서 자체 개발한 전용 폰트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며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듯 브랜드도 시간을 통해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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