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한화 옷 입는 삼성테크윈이 성공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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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산업부
김지현·산업부
삼성그룹을 취재하기 전까지는 잘 몰랐던 점 중 하나가 삼성전자 외에도 굉장히 많은 계열사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직원들 사이에서 ‘전자 외엔 모두 후자’(삼성전자 외 모든 계열사는 뒷전이라는 뜻)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의 1등 계열사 ‘편애’가 SK나 LG 등 다른 그룹사에 비해 심한 편이라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지난해 11월 매각 이후 삼성테크윈 등 일부 계열사를 한화그룹으로 넘기는 과정이 아직도 진통을 겪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찬밥’ 신세였던 것도 서러운 데 하루아침에 다른 그룹으로 쫓겨나듯 떠나야 한다는 점에 많은 직원들이 충격과 배신감을 느끼는 거겠죠.

화학 부문은 거래가 마무리된 상태이지만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등 방산 부문은 여전히 노사 간 협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매각 철회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삼성테크윈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수’는 한화에서 최고 실적을 내 삼성의 매각 결정을 후회하도록 만드는 것이겠죠.

불가능한 일만은 아닙니다. 삼성테크윈은 삼성의 숨은 알짜 기업 중 하나입니다. 매각 결정 이후 최근 5개월 사이에만 미국 P&W사에 항공기 엔진부품을 30년간 납품하기로 하는 등 총 2조 원어치의 수출 계약을 따냈습니다. 항공기 엔진 분야는 고도의 기술력과 몇 십 년씩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할 능력이 필요한 사업입니다.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기능 인력들도 모두 자산입니다. 삼성테크윈에는 기계가공과 용접 분야 대한민국 명장 4명이 있고, 전체 제조인력 1500명 중 70%가 기능자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삼성테크윈이 꼭 대반전에 성공하길 기대해 봅니다.

김지현·산업부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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