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변화 거부하는 보험업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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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상품 중개업자’ 도입에… 보험사-대리점 모두 소극적
“소비자보호 위한 논의 절실”

장윤정·경제부
장윤정·경제부
법인보험대리점(GA)은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한곳에서 비교해보고 원하는 상품을 골라 가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GA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작년 3분기(7∼9월) 판매된 손해보험 중 46.6%가 GA를 통해 가입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GA의 몸집이 커지면서 GA가 보험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GA에 밉보이면 판매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보험사들이 GA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GA들이 이런 지위를 악용해 보험사에 회식비나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을 요구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GA는 판매 수수료가 높은 보험사의 상품 판매에 주력했고 소비자들의 편익은 실종됐다.

이렇듯 GA가 보험업계를 뒤흔드는 ‘갑(甲)’으로 떠오르자 개선방안을 고민해온 금융당국이 GA를 독립적으로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상품 중개업자로 전환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8일 금융위원회와 보험연구원 주최로 열린 ‘보험판매채널 제도개선 방안’ 세미나에서는 ‘보험상품 중개업자’를 도입해 GA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업체들을 보험상품 중개업자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GA에 ‘보험상품 중개업자’라는 독립된 지위를 제공하되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불완전판매를 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GA들은 이런 금융당국의 계획에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더 이상 갑질은 힘들어지고 불완전 판매 시 책임까지 물리겠다고 하니 달갑지 않은 것이다. 지금까지 소비자의 선택권을 뒷전으로 한 채 이익만을 추구한 것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은 흘려듣는다.

보험사들도 금융당국 방안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GA의 갑질을 비판하던 보험사들이지만 이 제도로 GA가 보험상품 중개업자로서 독립적인 지위를 갖게 되면 전속 설계사의 이탈이나 수수료 인상 요구가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GA나 보험사들이나 소비자의 편익 문제는 제쳐놓고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소비자보호 문제를 중심으로 한 논의가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보험#변화#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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