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기업 임금도 ‘디플레 초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2014년 평균연봉 7454만원… 불황탓 1.1% 상승에 그쳐

지난해 국내 매출 상위 30대 기업(금융·공기업 제외) 임직원 수가 2013년보다 250여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실적이 크게 나빠진 기업들이 저마다 몸집을 줄인 데다 KT가 지난해 초 8300여 명을 한꺼번에 구조조정한 탓이 컸다. 지난해 30대 기업 임직원들의 평균 임금도 2013년 대비 겨우 1.1% 오르는 데 그쳐 물가상승률(1.3%)에도 못 미쳤다.

○ 정유 및 석유화학 업종 된서리

1일 각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30대 기업 전체 임직원 수는 55만59명으로 2013년 55만312명보다 253명(0.05%) 감소했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7454만 원으로 2013년 7372만 원보다 82만 원(1.1%) 올랐다. 2013년에는 이들 기업의 임직원 수와 평균 연봉이 전년 대비 각각 5.9%, 5.1%가 상승했다. 지난해 경기부진의 여파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동시에 연봉 상승률도 둔화된 것이다.

업종별로는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정유 및 석유화학 업체 임직원의 피해가 컸다. GS칼텍스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2013년 9107만 원에서 지난해 8402만 원으로 705만 원(7.7%) 줄어들었다. 현대오일뱅크(―6.0%), 에쓰오일(―5.2%), SK이노베이션(―1.8%), SK종합화학(―1.8%) 등의 임직원 임금도 모두 삭감됐다. 이들 기업 중 에쓰오일을 제외한 4곳은 직원 수도 줄었다.

지난해 실적이 나빴던 SK네트웍스, LG전자, 두산중공업 등도 임직원 수와 평균 연봉을 함께 줄였다. SK네트웍스는 2013년 5600만 원에서 지난해 4700만 원으로 연봉이 16% 넘게 줄었다. 2013년 3661명이던 직원 수도 지난해 3301명으로 360명(9.8%) 감소했다. 두산중공업(―8.0%), 삼성중공업(―5.3%), SK텔레콤(―2.9%), LG전자(―1.4%) 등도 연봉이 감소했다.

○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1억 원대

지난해 두 회사는 1인당 평균 1억200만 원을 지급했다. 30대 기업 중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는 곳은 두 회사뿐이다.

SK텔레콤의 2013년 평균 연봉은 삼성전자(1억200만 원)보다 300만 원 많은 1억500만 원으로 단독 1위였지만 지난해 연봉이 줄면서 전년 수준을 유지한 삼성전자와 나란히 공동 1위를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9700만 원으로 2013년(9400만 원)보다 300만 원(3.2%) 늘어났다. 현대·기아차 임직원 평균 연봉은 해마다 상당 폭 오르고 있어 올해는 1억 원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도 각각 9000만 원과 87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300만 원(3.4%), 600만 원(7.4%) 올랐다.

연봉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린 SK하이닉스였다. 2013년 5928만 원이었던 평균 연봉은 지난해 7446만 원으로 1년 만에 25.6% 늘었다. 직원 수도 795명(3.8%)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올 초 지난해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두둑하게 쥐여줘 올해 연봉도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임직원 수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2013년 847명에서 지난해 938명으로 91명(10.7%)을 늘린 현대글로비스였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각각 임직원 수를 전년 대비 8.0%, 7.5% 늘렸다. 현대모비스도 5.9% 늘어났다.

○ 기록상 평균 연봉 1위는 다음카카오

30대 기업 외에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지난해 10월 합병한 다음카카오다. 다음카카오는 지난해 임직원 1인당 평균 1억7496만 원을 지급해 국내 상장사 중 1위였다. 지난해 다음과 카카오 합병을 앞두고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서 벌어들인 소득이 포함돼 높게 나타난 것이다. 실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역시 40억 원대의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면서 등기이사 연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 서울도시가스가 처음으로 임직원 평균 연봉 ‘1억 원 클럽’에 포함됐다. 이 회사의 2013년 평균 연봉은 8900만 원이었다. 이로써 금융사인 신한지주(1억700만 원)와 KB금융(1억200만 원)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임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 이상인 기업은 총 6곳으로 조사됐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황태호·김성모 기자
#디플레#임금#연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