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하나+외환’ 하나되기… 8월이전 합병 어려울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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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6월까지 통합절차 중단”
법원, 인수때 ‘5년 유예’ 조건 수용… “합병이 실적개선에 도움” 의견 밝혀
하나 “예상못한 결과” 이의신청 검토… 금융위 “노사합의땐 승인절차 재개”

하나·외환은행 합병에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오면서 하나금융그룹이 초비상 국면에 빠졌다. 서울중앙지법은 4일 외환은행 노조가 지난달 19일 두 은행의 통합 절차를 중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6월 말까지 통합 절차를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6월 말까지 합병 인가 신청,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나 의결권 행사 등을 할 수 없게 됐다. 하나금융은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법원 “통합 절차 중단해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조영철)는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상대로 통합 절차를 중단하도록 해 달라며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6월 30일까지 두 은행의 합병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본인가를 신청하거나 주주총회를 개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2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5년 동안 합병을 하지 않기로 한 합의서의 구속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합의 당시에 예측할 수 없었던 현저한 변화가 있다면 합의를 바꿀 수 있겠지만 현재 국내 은행 산업 환경이나 두 은행의 경영 상태가 당장 합병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두 은행의 조기 합병이 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가처분 결정의 효력을 2012년 합의서에서 정한 2017년 2월 17일이 아니라 올해 상반기까지로 제한한 이유다. 재판부는 “앞으로 국내외 경제 및 금융 여건에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지나치게 기한을 길게 잡으면 노사 간의 대화가 경색될 수 있어 가처분 효력 시점을 올해 상반기까지로 한다”고 설명했다.

○ 금융위 승인 절차도 중단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해 7월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추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로 이렇다 할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노조와의 합의 없이도 통합 승인을 내줄 수 있다”는 뜻을 보이며 합병 움직임도 급물살을 탔다.

하나금융이 지난달 19일 예비 인가 신청서를 금융위에 제출할 때만 해도 통합 작업은 무리 없이 진행되는 듯이 보였다. 하나금융은 금융위가 이달 중순 예비 인가를 결정해 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 사이 외환은행 노조가 통합 절차 중지를 위한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번에 법원이 외환은행 노조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리면서 조만간 통합 승인을 내주려던 금융 당국의 계획도 어그러져 버린 셈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이날 오후 금융 당국에 낸 합병 예비 인가 신청을 철회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만약 6월 말 이전에라도 노사 합의가 된다면 오늘 법원 결정과 관계없이 승인 절차가 다시 진행될 수 있다”며 “노사 협상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날벼락 맞은 하나금융, 하나은행장 선임하기로

하나금융 측은 매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법원 결정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6월 말까지 절차가 중단되면 아무리 빨라도 8월 이전에는 합병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합병이 되면 한 달에 3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아낄 수 있는데 지금도 합병 지연으로 그만큼 손해가 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하나금융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금융 산업은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가처분 결정에서는 이런 측면이 간과됐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김종준 전 행장 사퇴 이후 하나은행을 대행 체제로 이끌어 왔다. 조만간 외환은행과 통합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법원 결정으로 조기통합이 장기전이 된 만큼 곧 하나은행장에 대한 인사를 할 계획이다. 차기 하나은행장에는 현재 행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병호 부행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회장은 3월 27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3년 연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신민기 minki@donga.com·유재동 기자
#하나은행#외환은행#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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