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데이터는 그 양이 방대할 뿐 아니라 매우 중요하고 복잡한 형태의 빅데이터(big data)이다. GE는 고객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이러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할 것이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GE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산업 분야에 적용할 경우 산업 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통 제조업체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GE가 소프트웨어 역량 개발에 주력하며 ‘산업인터넷’이라는 차세대 솔루션을 개발하게 된 계기다.
산업인터넷, 빅데이터와 첨단 분석솔루션의 만남
글로벌 산업 전반에는 많은 비효율성이 존재한다. 발전소의 가스터빈, 병원의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항공기 제트엔진 등 수 많은 산업 장비들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생성해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자료가 의미 있는 정보로 활용되지 못해 많은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
이는 개별 장비나 기계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더 크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기계와 시스템으로 인해 관리자가 전통적인 방법으로 일일이 비효율성을 파악하고 줄이는 게 어렵게 된 것이다.
GE는 이러한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인터넷’이라는 차세대 솔루션을 개발했다. 산업인터넷은 제품 진단 소프트웨어와 첨단 분석 솔루션을 결합해 기계와 기계, 기계와 사람, 기계와 비즈니스 운영을 서로 연결시켜 기존 설비나 운영체계를 최적화하는 것이 골자이다. 즉, ‘똑똑한 기계’들이 스스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분석해 관리자에게 의미 있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돕는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산업 분야에서 경험하는 비효율성은 대부분 예측하지 못한 장비 또는 기계의 다운타임 (작동할 수 없는 시간)에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기계의 정비와 유지보수 작업은 정해진 스케줄에 의해 규칙적으로 진행된다. 엔지니어의 시간과 노력이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문제를 찾기 위해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계 상태에 대한 실시간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고장도 발생 이후에야 엔지니어가 파견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항공기 지연과 취소 원인의 10%가 계획에 없던 유지보수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글로벌 항공산업에 약 80억 달러(약 8조8000억 원)의 비용 손실을 초래한다.
GE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공기에 장착되는 지능형 유지보수 예측시스템을 개발했다.
비행 중 수집된 데이터를 지상에 있는 엔지니어들에게 전송해 필요한 유지보수 항목이 무엇인지 사전에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 덕분에 미국 항공사들은 연간 6만 회의 항공편 지연 및 취소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승객 700만 명이 정확한 시간에 원하는 여행지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산업 효율 1% 증가하면 15년간 300조원 절감
이러한 효율성의 증가를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GE는 2012년 발표한 ‘산업인터넷: 지성과 기기의 한계를 뛰어넘다(Industrial Internet: Pushing the Boundaries of Minds and Machines)’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산업에서 효율성이 1% 높아질 경우 향후 15년간 2700억 달러(약 300조 원) 이상의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산업인터넷을 통해 향후 15년간 헬스케어 산업에서 효율성을 1% 높이면 630억 달러를, 석유·가스 산업에서는 900억 달러, 그리고 철도 산업에서는 270억 달러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산업에서 연료 사용량을 1% 줄일 경우 약 660억 달러를, 항공업계는 30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GE는 산업인터넷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향후 20년간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5∼40%가량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인터넷이 전 세계로 확대됨에 따라 다른 국가에서도 이러한 경제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프라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산업인터넷을 빨리 도입하고 적용할 수 있는 여건이어서 해당 국가의 경제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GE는 2013년 발간한 ‘산업인터넷@워크(The Industrial Internet@Work)’ 보고서에서 산업인터넷이 생산성 향상을 촉진시켜 향후 20년간 세계 GDP를 약 10조∼15조 달러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GE, 작년 산업인터넷 매출 10억 달러
GE가 본격적으로 산업인터넷 솔루션 개발에 나선 것은 2011년 11월 미국 실리콘밸리 인근 샌 라몬에 ‘GE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GE Global Software Center)’를 설립하면서부터다. 당시 GE는 차세대 지능형 시스템 개발을 위해 3년에 걸쳐 1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GE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는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영입하여 현재 1000여 명에 달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 1만여 명의 GE 소프트웨어 인력과 협력하며 빅데이터와 관련된 다양한 소프트웨어 솔루션들을 개발하고 있다.
전통 제조기업이었던 GE가 어느덧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처럼 산업 장비를 생산 및 운영하는 동시에 관련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GE가 유일하다.
GE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고 산업인터넷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 지 3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올해 10월 뉴욕에서 개최된 ‘마인즈 & 머신 2014(Minds + Machines 2014)’ 콘퍼런스에서 GE는 그동안의 산업인터넷 성과와 신기술을 발표하는 한편 관련 산업 전문가들과 함께 미래 기술의 예측, 트렌드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GE는 산업인터넷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수주 잔량은 1800억 달러로, GE의 작년 매출액인 1460억 달러를 넘어서 발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GE의 고객사들은 산업인터넷을 통해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효율성 증대와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에어아시아도 이러한 효과를 본 고객사 중 하나다. 에어아시아는 GE의 산업인터넷 솔루션 ‘플라이트 이피션시 서비스(FES·Flight Efficiency Services)’를 도입했다. 이 솔루션은 항공기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실시간 수집 및 분석을 통해 최적의 항로를 제안하는 한편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에어아시아는 이 솔루션을 통해 올 한 해 동안 연료비를 1000만 달러 절감했으며, 2017년까지 3000만 달러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미국 동부 최대 철도 운영회사인 노퍽 서던(Norfolk Southern)은 GE의 ‘운행 최적화 시스템(Trip Optimizer)’을 도입해 기관차와 열차 운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운행 최적화 시스템은 기관차의 상태, 운행 상황 등 기관차의 운전 조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해 열차 제동을 최소화함으로써 기관차의 연료 효율 향상 및 화물 운송비 절감을 돕는다. 이를 통해 노퍽 서던은 열차 속도를 종전보다 10∼20% 높이고 연료 사용을 6.3%가량 절감했다. 산업인터넷, 한국에서도 큰 효과 기대
GE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산업인터넷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과 같은 전력 부족 국가에서 주목할만한 솔루션으로 ‘System 1○R(등록기호)’을 들 수 있다. System 1○R(등록기호)은 현재 국내 주요 발전소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상태 감시 및 진단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이 솔루션은 터빈 발전기와 같은 주요 회전기기, 대형 펌프, 팬 등을 원격 모니터링한다. 기계 상태를 실시간 확인하며 이상 여부가 감지될 경우 즉각 보고하기 때문에 고장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수집된 성능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해 사용자가 에너지 및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따라서 System 1○R(등록기호) 플랫폼을 도입한 발전소의 경우 발전 장비의 연료 효율이 개선되고 정비 간격이 늘어나 에너지 생산량을 늘리고 전력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GE의 산업인터넷 기술은 발전 산업은 물론 조선해양, 설계·조달·시공(EPC)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여러 산업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