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과장급 이상 5000명 임금체계 연봉제 전환

  • 동아일보

“일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이란 생각 뜯어고칠 것”
구체적 도입 시기-방법 10일 발표… 파업 유보했던 노조는 전면전 예고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과장급 이상 직원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는 근무 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급여가 올라가는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철저하게 능력과 성과 위주로 직원들을 평가해 조직 전반에 ‘일 열심히 하는 분위기’를 심겠다는 의도다. 현대중공업은 연봉제의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방법 등은 10일 공식 발표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권 사장은 2분기(4∼6월)와 3분기(7∼9월) 연속 ‘어닝쇼크’를 낸 현대중공업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일부 직원의 안일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봤다. 구원투수로 9월 취임한 권 사장은 같은 직급 간 급여 차이가 별로 없어 직원들 사이에 ‘일을 잘해도 그만, 못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퍼져 있는 게 문제라고 판단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남과 다른 보상을 못 받으면 열심히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연봉제를 도입해 일 잘하는 사람이 더 보상받는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고 전했다.

성과에 따른 연봉제 실시가 대부분 기업의 추세라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0대 그룹 계열사 중 현대중공업만 유일하게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회사 내부적으로 이런 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해 직원 2만7246명의 평균급여는 7232만2000원이었다. 연간 총 급여액은 1조9704억8270만 원이다.

권 사장은 취임 때부터 일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일로 승부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평가받는 회사로 변화시키겠다”며 “학연 지연 서열이 아닌 오직 일에 근거한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연봉제 도입 방침에 대해 일부 직원은 반발하고 있다. 노조 게시판에는 “연봉제 도입은 결국 직원들을 정리해 비용을 줄이겠다는 차원이다” “차후 생산직에도 도입하면 우리 근무 여건은 더욱 안 좋아질 것”이라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편 7일 오후 예정됐던 2시간 부분파업을 유보했던 노조는 사측과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사측이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무리하게 연장했던 만큼 부분파업이 적법한지 사법부에 판단을 요청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데 따른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사측과 성실하게 교섭하려 했던 노력이 무효로 돌아가 노조도 더 세게 나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사측과 전면전을 치러야 하는 만큼 임금 및 단체협약 논의는 올해 안에 마무리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권오갑#현대중공업#연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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