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한달새 6조2800억↑… 14개월만에 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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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연속 사상최고… 2013년 전체 대출증가액 훌쩍
8월 LTV-DTI 규제 완화되자… 주택담보대출 받아 생활비 충당
美금리 따라 국내 시중금리 오르면… 변동금리로 빌린 ‘빚 부담’ 눈덩이

8월 한 달 새 금융권 가계대출이 6조2800억 원이나 급증하며 1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7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8월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대출 규제가 완화된 데다 기준금리 인하까지 맞물리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올 들어 8월까지 가계대출은 30조 원이나 급증하며 이미 지난 한 해 대출 증가액을 뛰어넘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에 따르면 8월 말 은행·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 등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717조236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2800억 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1월 말(685조1800억 원) 이후 7개월 연속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8월의 월간 증가폭은 부동산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두고 가계대출이 급증한 지난해 6월(6조5000억 원) 이후 14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8월이 휴가철로 대출 비수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증가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8월부터 LTV, DTI 규제가 완화된 데다 주택금융공사의 금리조정형 분할상환대출(적격대출) 판매의 영향을 받아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8월 말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41조 원으로 한 달 새 5조1000억 원 급증했다. 2012년 12월 5조2000억 원 늘어난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5조 원 늘어난 데 비해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의 관련 대출은 100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LTV, DTI 규제 완화로 은행과 제2금융권의 대출한도가 같아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대거 제2금융권에서 은행권으로 넘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도 8월 한 달 동안 은행이 5조 원 늘고 제2금융권은 1조280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은 전달(2조8000억 원)보다 증가폭이 2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제2금융권은 전달(2조7000억 원)보다 증가폭이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문제는 늘어나는 주택담보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택 구입보다는 생활비 충당이나 대출 돌려막기, 자영업자 사업자금 등에 쓰였다는 점이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은행 등 5개 주요 은행이 올해 1∼7월 신규로 빌려준 주택담보대출 51조8000억 원 가운데 27조9000억 원(53.8%)은 주택 구입이 아닌 ‘기타 목적’으로 쓰인 것으로 집계됐다. 8월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도 ‘기타 대출’이 1조1000억 원 늘며 생계형 대출이 주를 이뤘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가 부동산 경기 회복을 통한 경기 활성화보다 국민들의 빚 부담만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만큼 국내 시중금리가 덩달아 올라가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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