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커 1호’의 불명예 퇴장… 김재열 KB금융 CIO 사실상 해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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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산기 교체 논란 3개월 정직… 최연소 임원 1년여만에 하차

지난해 7월 KB금융지주의 최연소 임원으로 발탁됐던 ‘국내 1호 해커’ 김재열 KB금융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전무·사진)가 KB금융에서 사실상 해임됐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달 29일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 논란과 관련한 책임을 물어 김 전무에 대해 3개월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다. KB금융은 지난달 15일 김 전무를 CIO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한 바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2일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KB금융에 김 전무를 정직(停職)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김 전무의 직무정지 기간은 올해 12월 28일까지. 지난해 7월에 2년 계약으로 입사한 그가 정직이 끝나 KB금융에 돌아오면 임기가 7개월 정도 남는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검찰에 고발돼 e메일까지 압수수색을 당했는데 KB금융에 다시 복귀할 수 있겠느냐”며 “사실상 해임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무슨 말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며 “(정직 기간이 끝난 뒤 복귀하는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도 있어서 생각이 정리되면 다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학으로 컴퓨터를 공부한 그는 24세 때인 1993년 청와대의 PC통신 아이디(ID)를 도용해 은행 전산망에 접속한 뒤 휴면계좌에 있는 예치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려 한 혐의로 수감돼 ‘유명세’를 치렀던 인물이다. 6개월간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풀려났지만 뛰어난 컴퓨터 능력을 인정받아 대우그룹에 입사하며 다시 한 번 이름을 알렸다. 이후 기획예산위원회 정보화담당보좌관, 딜로이트컨설팅 이사 등을 거친 뒤 지난해 7월에는 44세의 나이로 KB금융의 CIO에 올랐다. KB금융 역사상 최연소 임원이었다.

승승장구하던 김 전무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5월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지주사인 KB금융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금감원에 보고하면서부터다.

금감원은 6월까지 KB금융과 국민은행을 상대로 감사를 벌였고 지난달 김 전무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했다. 금감원은 “김 전무 등 지주 임원들은 국민은행의 주전산기를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전환하기 위해 관련 보고서를 조작하는 등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해커#김재열#kb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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