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싸서 좋고, 農家는 수익 늘어 만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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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 혁명]<中>싱싱함을 무기로 각광받는 로컬푸드 직매장
직매장으로 바꾼 원당 하나로마트… 고양지역 200여 농가가 직접 운영
주말엔 하루매출 2000만원 넘기도… 주부들 “밭에서 채소 사는 기분”

경기 고양시 원당농협 성사지점에 자리한 로컬푸드 직매장. 이곳에서는 200여 농가가 고양시 관내에서 당일 수확한 농산물을 시중보다 싼값에 판매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고양=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경기 고양시 원당농협 성사지점에 자리한 로컬푸드 직매장. 이곳에서는 200여 농가가 고양시 관내에서 당일 수확한 농산물을 시중보다 싼값에 판매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고양=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이렇게 신선한 채소를 집 근처 매장에서 바로 살 수 있어 참 만족스러워요. 한 번 요리할 만큼 작은 포장에 담아 파니 재료가 남을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고요.”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 고양시 고양대로 원당농협 성사지점에 마련된 로컬푸드 직매장. 주부 임명하 씨(39)는 “저녁 요리에 쓸 재료를 사러 왔다”며 “일주일에 2, 3번은 이곳에 들르고 있다”고 말했다. 400m² 크기의 매장 안에는 임 씨 외에도 50여 명이 대파, 상추 등 채소를 고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 농가서 스마트폰으로 자기 매대 확인


원당농협이 이곳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연 것은 올 5월. ‘하나로마트’였던 공간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이곳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농가는 총 200여 곳. 로컬푸드 직매장의 취지에 맞게 모두 고양시에서 농사를 짓는 이들이다. 직매장을 소유하면서 판매 공간을 제공하는 주체는 농협이지만 농가가 매장 운영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농가는 당일 아침 수확한 농산물을 매장으로 가져와 포장, 진열하고 가격을 책정한다. 농협은 공간 제공과 매장 관리 등의 명목으로 10%를 수수료로 받고 품질을 감독하는 역할만 맡는다.

실제 기자가 찾은 매장 안 판매대에는 품목마다 생산자 이름과 사진, 재배지, 연락처 등이 적혀 있었다. 각 농가는 매장에 상주하지 않지만 자신들이 내놓은 농산물이 얼마나 팔리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매장 안에 달린 20여 개의 폐쇄회로(CC)TV 카메라 덕분이다. 카메라는 실시간으로 매장 판매대를 비추는데 농가는 이 영상을 스마트폰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농가들은 이러한 시스템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상추 등을 납품하는 최모 씨는 “아침에 갖다놓은 채소가 거의 다 팔렸기에 더 내다 팔러 왔다”며 “한여름이면 하루에 3번씩 올 때도 있다”며 웃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가 수익 증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곳에 고추, 토마토 등을 내다 파는 이유태 씨는 “예전에는 판로가 마땅치 않아 매출이 들쑥날쑥했는데 이제는 안정적인 판로가 생긴 데다 수익도 20∼30% 늘었다”며 “농가마다 내 가게가 하나씩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 “농가도, 소비자도 모두 만족”

이러한 로컬푸드 직매장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012년 3곳뿐이던 매장은 올 6월 말까지 53곳으로 늘어났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성사지점 매장의 경우 하루 평균 1100명이 방문하고 일 매출은 1500만 원에 이른다. 주말이면 일 매출이 2000만 원을 넘기기도 한다.

정명훈 원당농협 조합장은 “유통 마진이 줄어드니 고객들은 싼값에 살 수 있고 농가 수익은 늘어나는 게 직매장의 장점”이라며 “매장을 찾는 고객도 당초 예상보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로컬푸드 직매장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더 많은 고객들이 직매장을 찾을 수 있도록 전국의 매장 정보를 알 수 있는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한편 매장 개설 지원 사업도 벌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로컬푸드 직매장의 확대를 통해 유통 비용을 줄여 소비자들이 더욱 싼값에 좋은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로컬푸드#직매장#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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