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BMW 4시리즈 컨버터블 “더위야 미안, 이젠 널 잊어야 겠어”

  • 동아경제
  • 입력 2014년 8월 21일 0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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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어느 늦은 오후 솥뚜껑 위의 잘 익은 삼겹살에 시원한 소주 한잔이 몹시 그립다. 지난 세월 떠나간 네 번째 쯤 여인만큼이나 아련하지만 은은하게 삼겹살에 대한 욕구가 온몸을 휘감기 시작한다. 그래서 아스팔트 위에서 떠오른 잠시의 잡념을 쫓아 BMW 4시리즈 컨버터블에 몸을 실었다.

한 여름 내리쬐는 태양을 맡으며 컨버터블을 타고 해안도로를 질주하는 영상은 너무 아름답고 누구나 한번쯤 꿈꿔온 장면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여름철 휴가지에서 싱글 남녀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요인이 되며 한편으로는 그날 밤 시뻘겋게 그을린 낯설지만 익숙한 자신과 대면해야하는 비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솥뚜껑 삼겹살 불판만큼이나 뜨거운 아스팔트를 4시리즈 컨버터블에 올라 과감하게 지붕을 열고 달렸다. 낮에는 흡혈귀라도 된 듯 그늘을 찾아야 했지만 시원한 에어컨 덕분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밤에는 확 트인 개방감과 함께 온몸으로 쏟아지는 하늘의 별을 맞는 느낌이다. 굳이 빠르게 달려야 할 필요도 없었으며 폼을 잡아야할 이유도 없었다. 스쳐지나가는 풍경은 더욱 명확하게 전달되고 피부에 닿는 바람의 느낌이 맑고 시원하다.
이 차는 이전 3시리즈보다 더욱 강력해진 성능과 디자인을 가진 개선된 모델이다. 지난해 선보인 4시리즈 쿠페에 이어 두 번째로 라인업에 추가됐다. BMW의 대표적인 3, 5, 7시리즈와 달리 짝수로 시작되는 4시리즈는 쿠페와 컨버터블 등 파생모델을 의미하며 보다 우아한 디자인과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강조 한다는 게 BMW측의 설명이다.

외관은 4시리즈 쿠페의 날렵함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날카로운 눈빛의 전조등은 그릴과 함께 연속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하단 범퍼는 M스포츠패키지를 적용해 강력한 성능을 대변하고 있다. 측면 디자인은 하드톱 쿠페의 특성상 쿠페 보다는 부드럽게 트렁크 쪽으로 떨어지는 루프라인이 적용됐다. 이로 인해 차체가 더욱 길어 보이는 효과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날렵한 쿠페라인이 아쉽기도 하다.
전동식 하드톱은 센터콘솔에 위치한 버튼조작으로 간단히 접고 펼 수 있다. 시간은 약 20초가 소요된다. 주변 시선이 의식되는 곳이라면 좀 더 빠른 시간 단축이 아쉽다. 특히 신호대기 중에 사용하면 십중팔구 완벽하게 작동을 마치기 전에 출발해야하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한다. 하지만 15km/h 이하의 속력에서도 작동된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실내는 붉은색과 검은색 내장재로 깔끔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이다. 컨버터블의 특성상 실내가 빈번하게 외부에 노출될 기회가 많은데 붉은색으로 마감된 시트와 집기들은 한여름 강렬한 열정을 표현한다.
파워트레인은 2.0리터 4기통 트윈파워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이 엔진은 부족함 없는 힘, 인상적인 토크, 높은 회전수, 낮은 무게가 특징이다. 이 4기통 가솔린엔진은 최고출력 245마력과 최대토크 35.7kg.m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6.4초 이내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250km/h에 제한됐다.

전반적인 주행감각은 에코/컴포트/스포츠 모드로 나뉜 3가지 모드에서 각기 다른 특색을 발휘한다. 에코모드에선 부드러운 주행을 위주로 연비에 최적화된 시스템이 작동된다. 에코모드로 일정 거리의 도심과 고속도로를 번갈아 가며 달려본 결과 공인연비 10.9km/ℓ(복합연비 기준)에 준하는 10.5km/ℓ의 실제연비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스포츠모드에선 엔진회전수를 3000rpm대까지 올려가며 역동적인 주행을 맛 볼 수 있다. 특히 고속주행 시에는 지붕을 닫은 상태에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최소화돼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속도계를 주시해야 했다. 반대로 톱을 연 상태에선 카랑카랑한 배기음과 함께 달리는 맛을 충분히 자극한다.

4시리즈 쿠페의 운동성향을 그대로 이어받은 컨버터블은 고속주행에선 부족함 없는 날렵함을 곡선주로에선 날카로운 핸들링과 민첩함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해질녘 지붕을 열고 시내를 달리다 보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와 고민들이 바람과 함께 날아가는 느낌이다.
많은 이들이 컨버터블은 실용성이 떨어지고 실제로 지붕을 열고 달릴 기회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날씨의 영향도 있고 시내에선 매연과 주변의 시선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주중에 하루라도 한 달에 한번이라도 지붕을 열고 달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구매욕을 자극할 충분한 요인이 된다. 누군가에겐 오픈카가 일생에 한 번이라도 타보고 싶은 드림카와 같은 존재로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BMW 뉴 428i 컨버터블 M 스포츠 패키지의 가격은 703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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