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우선]사내유보금 과세가 “대국민 사기”라는 재계 토론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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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기자
임우선 기자
“기획재정부에서 어떻게 이렇게 무식한 정책을 내놓는지 안타깝다. 세계에 알려지면 얼마나 웃음거리가 되겠나.”

“사내유보금을 임금 인상에 쓰라니. 정부가 기업 안정을 돕는 게 아니라 노조 임금협상만 유리하게 해 불안을 조성한다.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사내유보금을 배당에 쓰면 기업 가치가 떨어져 주가가 하락한다. 이걸 모르고 배당받은 돈을 좋다며 소비하는 국민은 바보다.”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겠다고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경제정책이 ‘대국민 사기극’이란 비난을 받았다.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업소득 환류세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회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했다. 한경연 초청을 받은 교수와 법조인, 시장관계자 등 4명의 토론자도 참석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임금·투자·배당을 통해 사내유보금을 쓰지 않는 기업에 과세하겠다’는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유보금을 투자에 쓰라는 건 이미 병역(투자)을 마친 할아버지에게 다시 영장을 발부하는 격이다” “유보금을 쓰려고 임금을 높이면 국가 전체의 임금 구조가 왜곡될 것이다. 대기업만 임금을 올려줄 텐데 중소기업이랑 임금 격차가 더 커져도 되나” “유보금을 배당하라는 건 한국기업 성장 그만하자는 얘기냐”….

정부가 추진 중인 사내유보금 과세 정책이 논란거리가 많은 것도,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과세 지표나 숫자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이익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까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청년실업, 고령화, 가계부채 증가, 내수 부진 등 온 나라가 힘겨워하는 이때에 기업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나’보다 ‘무엇을 막을까’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대안에 대한 논의는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전경련이 아무리 대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라지만 한국 없이 한국 기업이 있을 순 없다. 대안 없는 비판에 앞서 다 같이 잘사는 한국을 위한 기업가 정신을 고민했으면 한다.

임우선·산업부 imsun@donga.com
#사내유보금 과세#재계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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