追更 편성 검토… 고강도 ‘부양 카드’ 꺼낼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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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 나타난, 최경환 후보자 경제정책 방향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7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를 보면 ‘효과가 의문시되는 정책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보다 국민이 체감할 핵심 정책에 역량을 집중해 꺼져가는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와 세제 개편 등 민감한 정책들은 추진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작용이 불거질 우려가 있는 만큼 현장 상황에 따라 세부 내용을 조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답변서를 토대로 최 후보자의 △현재 경기에 대한 인식 △부동산·세금정책 △개인·기업정책 △공공부문정책 추진 방향을 분석했다. 》

▼ “내수 부진 확산” 2014년 성장률 하향조정 내비쳐 ▼

현 경기 상황 인식


최 후보자는 올해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3.9%)를 소폭 하향 조정할 뜻을 내비쳤다. 낮아지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적극적인 부양책을 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 후보자는 최근 경기상황에 대해 “1분기(1∼3월)에는 기업의 실적이 부진했고, 환율·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경기가 하락할 수 있는 요인이 발생했다”며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부문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국내총생산(GDP) 통계작성방식 변경, 기초연금 도입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소폭 오르긴 했지만 한국 경제의 체질이 나아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최 후보자의 판단이다.

그는 “취임 후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구체적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넣고 한국 경제를 다시 회복 국면에 진입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을 담겠다”고 언급했다. 경제성장 추세가 기대에 못 미치는 만큼 추경 편성을 포함한 적극적인 경기부양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오석 부총리가 이끈 1기 경제팀에 대해 최 후보자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국정과제 추진 기반을 마련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는 부족했다”고 평가하면서 “소비, 투자 등 내수 회복세가 미흡해 경제회복의 온기가 구석구석까지 퍼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분양가 상한제 완화… 법인세 인상엔 부정적 ▼

부동산-세금


‘부동산 규제완화는 과감하게, 세제개편은 신중하게.’

최 후보자는 현재의 부동산 규제가 과거 주택시장 활황기에 도입된 것이어서 시장이 침체에 빠진 지금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는 격’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와 관련해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합리적인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분양가 상한제도 규제완화 대상이라고 본다. 민간건설사가 민간택지에 짓는 공동주택 가격을 제한하는 것이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취임 직후 새누리당과 협의해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세제개편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문제는 경기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사실상 반대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율이 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위에 이를 정도로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담뱃세 인상과 관련해서는 “서민 부담이 커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면서도 “국민 건강증진 차원에서 담뱃세 인상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 기업 규제 풀고 가계소득 늘리는데 주력 ▼

개인-기업 관련


개인 및 기업 관련 정책은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는 식의 직접 지원보다 자생력을 키우도록 옆에서 돕는 ‘간접 지원’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최 후보자는 가계부채와 관련해 부채의 규모를 당장 줄일 수는 없는 만큼 가계의 소득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계부채 규모가 1000조 원을 넘어서긴 했지만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만큼 개인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면 상대적인 부채 규모가 자연스럽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여성 고용을 확대하고 고교 졸업생들이 먼저 취업한 뒤 나중에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일자리 창출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기업정책 부문에서는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기로 했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기업 활동과 관련된 규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최 후보자의 생각이다.

이어 그는 “한국 경제가 특정 대기업그룹에 너무 의존하면 균형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 동안 재계 상위 1∼4위에 해당하는 그룹의 자산총액은 65% 증가한 반면 하위 11∼30위 그룹의 자산은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아울러 창업과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고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통해 성장 동력을 키우기로 했다.  

▼ “9월 경영평가후 실적 나쁜 기관장 즉시 해임” ▼

공공부문


최 후보자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공공기관장을 즉시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9월에 실시할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실적 점검 및 경영평가를 통해 능력이 떨어지는 기관장은 즉시 해임조치 하겠다”고 답했다.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우선 경영실적을 통해 성과를 따져본 뒤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자리에 맞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곧바로 사표를 받아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전, 규제, 조달 등의 업무를 맡은 공공기관에 공무원 임명을 제한해 ‘제 식구 봐주기’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세월호 사고 이후 불거진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에 대해 최 후보자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퇴직 공직자의 유관기관·사기업 취업이 대폭 제한돼 부작용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공기관 부채관리 기조는 계속 이어간다. 최 후보자는 “2017년까지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을 자산 대비 200% 이내로 줄이는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관 자체 사업과 정부가 맡긴 사업을 별도의 회계장부로 관리하는 ‘구분회계 제도’를 확대해 부채 증가의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했다”며 “국민이 원하지 않는 공공기관 민영화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 / 세종=홍수용 기자
#인사청문회#최경환#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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